매일신문

[새론새평]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못난 유영하와 김재원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기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면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끼치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길 말이다. 그래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며 나라의 큰 어른으로 남아 주길 바랐다. 그러나 불안했다. 달성 사저로 복귀하면서 "못다 이룬 꿈이 있다. 좋은 인재들이 대구의 도약을 이루는 데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한 부분 때문에 말이다. '작은 힘을 보태겠다'는 말은 명백히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뜻으로 읽혔다. 그 우려가 유영하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로 현실화됐으며, 그의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증명됐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는 자리에 유 변호사를 배석시킴으로써 노골화됐다. 지난 화요일에 이젠 됐다. 한 건 했다고 득의양양해하는 유 변호사의 표정을 보니, 정말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탄핵 후 감옥에서 건강상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많은 국민의 걱정과 성원으로 사면을 받았다. 필자도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으로 사면해 주길 바란다고 수십 차례 얘기했다. 나이 먹고 병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였다. 그러한 국민들의 동정심과 안쓰러움을 본인이 정치판에 재등장해도 되겠다는 '지지'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유영하 변호사가 자신의 정치적 꿈을 위해 도와 달라고 매달렸을까. 어떤 이유에서든 '박근혜 정치의 부활'은 부적절하며, 역사의 퇴행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처신에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대구시장이라는 공직이 전직 대통령이 힘들 때 곁에서 도와준 사람을 뽑아주는 사적 인연의 은혜를 갚는 자리인가. 그런 사람의 지지를 호소하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행위인가. 지지해 달라고 하면 대구 시민들은 무작정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혼란스럽다. 개인적인 고마움은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맞지 않을까. 대구 시민들께 짐을 지우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면에서 탄핵받고, 감옥에 갔으며, 사면받은 박 전 대통령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유영하, 김재원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참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영하는 후원회장으로 모셨다고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지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선거운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 지역 저 지역 기웃거리는 김재원은 흘러간 '박심'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아 정치적 꿈을 이루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경기도 군포와 서울 송파에서 정치를 하려던 유영하는 느닷없이 '고향 대구 사랑'을 외치고 있다. 김재원은 청와대 수석, 국회 예결위원장이라는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만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이들의 '박근혜 마케팅'은 의식 수준이 높은 대구 시민들을 우습게 본 행위다. 정치인이 이래서 되겠는가.

대구 시민의 민심은 야구장에서 우스꽝스러운 홍보 영상을 찍거나 '박심 팔이'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구를 위해서 일하고 싶은가. 그러면 민심 얻기 경쟁을 해야 한다. 대구 발전을 위한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박심 획득 경쟁'만으로는 대구 시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이러한 행위는 대구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친박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을 위한다면 제발 그분을 '놔드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먼저 제안을 해도 사양했어야 했다. 그게 맞다. 박 전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여 자신들의 지지율을 올리고, 시민의 선택을 받는 지렛대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게 박 전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이런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을 유영하, 김재원은 명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께도 호소드린다. 본인의 못다 이룬 꿈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세월의 '한'은 업보로 생각하고 여생은 욕심 없이 마음을 비우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사는 억울한 일을 다 채우며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냥 공기 좋은 비슬산 아래서 건강을 챙기면서 살아가심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찾아오는 국민들을 덕담으로 맞이하면서 남은 인생을 정치를 떠나 살아가시길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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