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선물 대신 어퍼컷(?)

(왼쪽부터)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 연합뉴스
(왼쪽부터)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 연합뉴스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최창희 디지털국 부국장

'구색은 갖춰야 하는데….' 생전 포목점을 운영하셨던 어머니를 평생 따라다니던 걱정거리였다. 어머니에게는 오랜 장사 철학이 있었고 때론 강박에 가까웠다. 손님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갖춰 놓아야 구매 욕구가 생기고 당장 돈이 없더라도 다음에 또다시 찾는다는 거였다. 이런 걱정의 대가였을까. 6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업(業)을 하셨으니 요즘 자영업자 기준으로 보면 꽤 성공한 셈이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인근 동네에까지 '비단 장사 막내아들'이란 애칭이 통했다.

정책과 비전을 팔아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정치도 장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코앞으로 다가온 대구시장 선거는 겉만 번지르르하지 구색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큰 선거(대통령 선거) 이후라 이해도 되지만 후보들 면면도 그렇고 정책을 봐도 마뜩잖다.

현재 홍준표 의원, 유영하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호화 멤버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탈당까지 해 가며 당선된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시장을 하겠다는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에 힘입어 시장을 하겠다는 분 등…. 모두가 지역에 빚을 진 이들이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돌파했다.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도 없이 또다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친박 타령' '친윤 타령' 등 후보 간 철 지난 논쟁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철도 건설 등 지역 먹거리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부산이나 광주시장 선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내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정책 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급기야 윤 당선인이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난 후 부산은 잔치 분위기다. 지지세가 약했던 광주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아쉽게도 지역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12일 대구를 찾은 윤 당선인은 '어퍼컷'만 날릴 뿐 지역 숙원에는 속 시원한 말 한마디 없었다. 압도적인 지지로 대선 승리에 크게 이바지한 대구로서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애초 윤 당선인의 지역 관련 공약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속 추진' '대구시청 및 구 경북도청 후적지 개발' 등에 머물렀다. 정작 IBK기업은행 유치, 대법원 이전 등 지역 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안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 지역에 가능성이 크고 필요한 것은 기업은행 유치다. 직원 수만 1만 2천여 명으로 산업은행보다 3배 가까이 덩치가 큰 데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가 앞으로 국가 주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구는 중소기업이 전체 업체의 99.95%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 중소기업 도시인 데다 전체 근로자의 97%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점에서 더 절실하다. 대구지방법원·검찰청의 연호 지구 이전을 계기로 대법원을 유치해 새로운 사법수도를 형성하자는 의견도 꾸준히 있었다.

이번 선거는 지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릴 수 있고 얻을 좋은 기회다. 후보들도 '친박' '친윤' 타령은 접어두고 기업은행·대법원 유치를 목 놓아 외쳐야 한다. 차기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최적의 시범도시가 대구임을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대구는 지역의 핵심 과제들을 설정하고 추진해 왔다. 지금이야말로 100년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그리고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6월 1일 지방선거는 봄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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