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세계 유일의 ‘Korean Age’ 뜻 헤아려야

엄마 뱃속에 있는 생명을 한 인격체로 보기 때문
우리 만의 고유한 전통이자 사회적 풍습 반영

남경순
남경순 '출산속' 연구자

요즘 인수위원회에서 한국 나이인 '세는 나이' 계산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기사 내용을 보고, 일제 식민지 때 잃어 버렸던 뿌리문화인 출산속 연구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나이는 사람이나 동·식물 등이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를 일컫는다. 나이는 '만 나이'와 '세는 나이'로 구분된다. 사람의 나이를 산출하는 방법에서 만(滿) 나이는 아이가 태어나면 0세이며, 태어난 날부터 1년이 지나면 1세(돌)가 되는 것이다. 즉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나이 셈법이며 국제 표준이자 한국 공식나이다. 단위는 '세'이다. 돌은 '만 나이'와 일치한다.
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나라이며, 태어난 해부터 한 살이 되고 매년 1월1일을 기점으로 해가 바뀌면 태어난 해를 원년(한 살)으로 삼고 한 살씩 더하는 나이 계산법을 사용한다. 비공식 나이로 단위는 '살'이다. 외국에서는 이를 두고 'Korean 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는 나이' 계산법은 엄마 뱃속에 있는 생명도 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때부터 교육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그 기간까지 합하여 태어나면 바로 한 살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생명존중 사상이 깃들여진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전통이며 사회적 풍습이다.

이러한 나이 셈 방식은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일본·몽골·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1966~1976년 동안 진행된 문화대혁명 이후 사라졌으며, 일본은 1902년 법령을 제정하면서 '만 나이' 문화를 정착시켰다. 베트남 역시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유교 문화권에서 멀어진 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부터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된 상태이다.

이렇듯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온 '세는 나이'에 담겨져 있는 우리 선조님들의 생명 존중 사상도 모른 체 시대에 역행한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폐지할 것이 아니라, 세계 유일한 'Korean Age'의 큰 뜻을 헤아리며 길이 존속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출산속 연구자 남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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