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이 3년째 이어지면서 대리운전 업계 파행이 심화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여전한 수입 감소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영업 마감에 맞춰 특정 시간대에만 콜이 몰리며 대리운전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시간씩 영업시간 늘려도 "겨우 1건 더 잡힌다"
지난 9일 오전 1시가 가까워질 무렵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먹자골목. 술집 내 불빛과 간판 네온사인이 꺼진 거리엔 콜을 잡기 위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가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기사 A(50대 초반) 씨는 "이번 주부터 자정까지 술집 영업이 가능하다 보니 콜이 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후 11시로 제한됐던 지난주보다 고작 한 콜 더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의 대리운전 기사는 약 5천명이다. 기사들은 코로나19로 수입이 30% 수준까지 줄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이 수입 감소의 주원인이었다.
지역의 한 대리운전 관계자는 "코로나19 전 하루 약 1만건이었던 콜은 현재 3천 콜 수준"이라며 "새벽 5시까지 콜이 밀렸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새벽 장사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은 기사들의 근무지도 새롭게 바꿨다. 통상 기사들은 술집이 밀집한 곳에서 손님을 기다리지만 가게들이 이른 시간 문 닫으면서 아파트 인근을 배회하기도 한다. 집에서 술자리를 이어간 취객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날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기사 C(45) 씨는 "수입이 너무 없다고 생각되는 날이면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에서 콜을 기다려보기도 한다"며 "어쩌다 한 번씩 콜이 잡히기도 했지만 소득 없이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정시간에 콜 몰리며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영업 마감 시간대만 콜이 폭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리비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대리운전 이용료는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이는 외식비를 제외한 개인 서비스 물가 2.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1만대 기본요금 구간들은 콜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2만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2만원대 기본요금에 적응한 손님들은 아예 처음부터 2만원으로 올려놓고 대리기사를 부르기도 한다. 기사들도 '이왕이면' 비싼 요금을 부르는 손님을 선호한다.
실제 이날 콜이 폭주하는 자정쯤 범어네거리에서 만난 한 기사의 휴대폰에는 수십 건의 콜이 밀려있었으나, 금액이 적다며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다 달성군 서재로 가는 3만원대의 콜이 뜨자 바로 낚아채 자리를 떴다.
회식 등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들은 매번 대리운전을 부를 때마다 지출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D(30대) 씨는 "가게가 문 닫는 시간 근처에 대리운전을 부르면 기본요금으로는 집에 빨리 갈 수 없다"며 "기사분들의 피크타임이겠거니 생각하지만, 금액이 너무 높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E(29) 씨도 "오후 10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됐을 때 침산동에서 신암동까지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2만원씩이나 냈다"며 "택시비도 7천원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회식 일정이 잡히면 회사에 차를 두고 가는 게 더 이득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일상회복지원회를 통해 거리두기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식당 영업시간 제한 조정도 함께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소상공인들의 소득도 감소됐지만 하나의 사각지대가 대리운전 업종이었다. 올해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 계기도 영업시간 단축으로 기사들이 힘들어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관심 갖고 어떻게 도와주는 게 좋을지 지속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