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취수원 협정, 미래 위한 마중물

이덕천 대구취수원다변화 범시민추진위원회 대표

이덕천 대구취수원다변화 범시민추진위원회 대표
이덕천 대구취수원다변화 범시민추진위원회 대표

최근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서' 체결 소식이 그것이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지쳐 있던 우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사실 대구 시민들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9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수질 사태로 큰 고통을 겪어 왔다.

마시고 살아가야 할 물을 믿지 못하는 고통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한 물 확보. 30년에 걸친 대구 시민들의 숙원이었다. 그 해결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아쉬웠던 점 또한 없진 않다. 사업 추진 초기, 정부와 대구시가 사려 깊지 못한 태도로 구미 시민들의 정서와 감정을 자극한 게 사실이었다.

구미 시민들은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 반성이 되는 대목이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대구시가 구미 시민들의 박탈감 해소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취수원 이전이 아닌 취수원 공동 사용이라는 정책 수정부터 구미 시민들에게 피해가 전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관계에 대한 설득, 구미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 방안과 대구시의 상생 의지에 대한 설득과 홍보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런 노력과 구미 시민들의 상생 의지가 어우러져 협정서 체결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번 협정서 체결이 밀실 행정의 전형이라는 오해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설득 과정을 거쳐 왔고, 특히 지난해 6월에 의결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은 지역사회와 숙의 과정을 거친 정부 방침으로 국민들과 지역민들에게 그 내용이 이미 공개된 사항이었다.

이번 협정 체결은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대구와 구미, 대구와 경북 간의 상생 의지와 정부의 구미 지원 의지를 표현한 가치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책의 결정체인 것이다.

특히 구미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구미 물 부족' 문제와 '토지이용제한지역 확대에 따른 피해' 부분에 대해서도 확약하고 있다.

구미의 물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태가 발생할 때에는 즉각 취수를 중단한다는 것과 피해 지역 확대가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구미 시민들의 마음을 완전히 열게 하기에는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정부와 대구시 당국자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다만 이참에 구미 시민들께 한 가지 정중히 부탁드리고자 한다. 어제의 앙금을 털어 버리고 희망찬 내일을 함께 꿈꾸자는 것이다.

구미 시내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물을 대구경북의 발전과 지속가능하면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상생의 마중물로 만들어가 주십사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한 보다 더 열린 마음을 가져 주십사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피폐화된 일상과 경제를 회복해야 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과 희망을 다시 가져야 한다. 이번 협정서 체결은, 그것을 위한 작지만 큰 마중물이 되어 주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 볼 날을 꿈꿔 본다. "봄이 오니 참으로 봄답구나"(春來而眞春)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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