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 시민단체 회계 집행 모니터링,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감사원이 시민단체의 회계 집행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고보조금 처리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도 시민단체의 기부금 세부 지출 내역을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의 보조금, 기부금 전용과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비판의 도마에 단골로 오르던 터였다. 시민단체를 참칭한 단체인지, 진짜배기인지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건 일부 시민단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회계 집행 투명성 의혹에 불을 댕긴 곳은 2020년의 '정의기억연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름으로 걷고 받은 후원금과 보조금을 전 이사장 윤미향 국회의원이 사적으로 쓴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김원웅 전 광복회 회장도 마찬가지다. 독립유공자 자녀들에게 쓰여야 할 돈이 옷값, 이발비 등 개인 용도로 쓰였다. 국가보훈처 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대구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공석인 상담소장이 재직 중인 것으로 꾸며 2억5천만 원의 보조금을 챙긴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멸칭 수준으로 만들고 시민을 능멸한 작태다.

이런 정황이 보도됐음에도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침묵했다. 외려 가짜 뉴스로 매도하기 바빴다. 제대로 된 시민단체라면 규탄 성명서라도 발표했을 것이다. 자정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무늬만 시민단체인 곳들은 문재인 정권 내내 친(親)정권 활동을 벌였다. '시민단체'라는 간판만 내걸고 정치활동에 주력했다. 조국 사태로 여론이 악화됐을 때 '조국의 시간'이라며 내걸린 응원 플래카드 하단에는 시민단체라 주장하는 곳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정부의 시민단체 재갈 물리기라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 내가 쓰면 시민단체 활동비, 남이 쓰면 혈세 낭비라는 선악 논리부터 혁파해야 한다. 반성을 하려면 스스로 해단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기본은 도덕성과 투명성이다. 시민단체의 저력은 혹독한 자정력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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