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하면 문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론 채택에 대해 "헌법에 정면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2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4월 국회 중 처리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먼저 박탈하고, 수사 공백·수사 부실 문제 같은 후속 대책은 차차 논의하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범죄 피해야 어찌 되든 정권 교체 후 현 정부와 민주당 측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일단 차단하자는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말 필요했다면 민주당은 작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게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정권이 검찰을 동원해 야권을 압박할 수 있기에 검찰에 6대 범죄 수사권을 남겼다. 그러나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하고 나니 검찰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까 두려운 것이다. 말로는 검찰 개혁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들을 지키는 데 검찰을 이용할 궁리만 해왔다는 자백인 셈이다.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자기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법을 만들고 폐지하는 기막힌 짓을 서슴지 않는 행태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견해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1년 4개월 만에 후속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그것도 차기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임기가 며칠밖에 안 남은 문 정부하에서 처리하려는 것은 무책임함과 후안무치함의 극치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검찰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부 여당 측에 대한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야당,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 언론, 학계 등이 '검수완박법안'에 우려와 반대를 표명함에도 민주당은 기어코 밀어붙일 태세다. 문 대통령이 국가 최고 지도자로 최소한의 책임감, 일말의 공정 의식이라도 있다면 이 같은 졸속 '검수완박법안'에 거부권(국회에 재의 요구)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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