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조리세트(밀키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을 조리법과 구성해 소비자가 간편히 먹을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밀키트 산업은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렵게 되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수를 누렸는데, 지금은 스타트업·대기업들부터 지역의 음식 가게들도 밀키트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과 사적 모임 제한이 해제되는 일상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업계는 올해가 밀키트 산업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천억원 돌파한 밀키트 시장…업계 간 경쟁은 심화 중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천587억원으로 전년(1천882억원) 대비 37.5%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던 2020년에 전년(1천17억원) 대비 85% 커진 데 이어 성장세를 지속한 것이다. 식품 산업에서 밀키트의 비중이 점차 커지자, 정부는 올해부터 즉석섭취·편의식품류 분류 기준에서 밀키트 유형을 신설·적용하기도 했다.
밀키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오는 2025년엔 밀키트 시장 규모가 지금 시장의 3배 가까이 커진 7천억원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식품 등 대기업들은 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밀키트 회사의 투자 지분을 늘리고 있고, 호텔신라·롯데호텔 등 특급 호텔들도 밀키트를 내놓을 정도다.
롯데푸드는 최근 밀키트 제조 스타트업 푸드어셈블에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푸드어셈블은 부대찌개·떡볶이·샐러드 등 150개 이상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롯데푸드는 올해 'Chefood 계절을 만나다'라는 냉동 밀키트 7종을 내놓으면서 밀키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는데, 이번 전략적 투자(SI)는 밀키트 사업의 역량을 중장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밀키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라는 PB제품으로 지난해까지 1천400여 종에 이르는 밀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시그니처', 롯데마트는 '요리하다'라는 PB제품을 통해 밀키트 판매대를 채우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그만큼 마트 판매대에 설 자리를 잃은 다른 제품의 제조사들은 불만을 가지는 모습도 나온다.
편의점도 밀키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CU는 지난 6일 '팔도한끼 끓여먹는 밀키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부대찌개·순댓국·순두부찌개·된장찌개 등 4종으로 구성돼 물만 부어 쉽게 조리할 수 있게 했다. GS25은 지난해 부대찌개와 파스타 두 가지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고 미니스톱은 '편한식당'이라는 밀키트 브랜드를 내놨다. 편의점 매장 안에 밀키트 판매대를 따로 운영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업계 간 경쟁이 심해지자, 국내 밀키트 업계 1위 기업 프레시지는 지난 1월 업계 2위 테이스티나인을 인수합병(M&A)하는 등 외연을 넓히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소상공인에겐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지자체가 나서 돕는 중
외식업 소상공인들도 밀키트 시장 진입에 나섰다. '밀키트 개발→상품화→온라인 시장 진출'에 이르는 단계의 진입장벽이 까다로운 탓에 지자체 등이 컨설팅을 통해 돕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는 올해 지역의 외식업소 100곳을 선정해 밀키트 개발·판매·마케팅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또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골목상권의 활성화 사업에 나서면서 이달 이곡으뜸 먹거리타운·물베기 골목 등 두 곳의 골목을 최종 선정했는데, 식당들의 밀키트 개발·판매도 지원책에 포함됐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관계자는 "골목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활로 개척을 위해선 진입장벽이 까다로운 밀키트 판매도 필요하다고 봤다"며 "밀키트 제작과 관련한 세부 계획에 대해서는 컨설팅 과정을 거쳐 이달 말쯤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밀키트 시장, 성장세 계속되나…일상 회복기에는 어떨까
밀키트 산업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과 대기업, 소상공인들까지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일상 회복이 이뤄지고 대면 활동이 잦아지는 추세여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국내의 경우 밀키트 산업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일상 회복이 빨랐던 미국에선 밀키트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밀키트가 지역 맛집부터 고급 요리에 이르기까지 구색이 다양해진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지난달 외식물가(6.6%)가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가정에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밀키트 산업의 매출 추이가 앞으로 우리나라 밀키트 산업의 향방을 보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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