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尹 정부, 금리 인상 충격받을 취약계층 대책 서두르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사상 처음으로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됐다. 그만큼 치솟는 물가와의 전쟁, 미국과의 긴축 보폭 맞추기가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최근의 물가 상황이 엄중한 것이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됐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통위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할 만큼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유가 있을 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국·미국 간 금리 역전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러올 경제적 충격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 가계들은 이자 부담이 늘어 소비를 줄이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가 진 빚은 1천862조 원에 달한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천 원 늘어난다. 영끌족,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이 커질 우려가 높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쳐올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경제 상황은 복합 위기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물가·금리·환율 등 3고(高)에 국가부채가 2천200조 원에 육박한다. 50조 원의 추경 편성 목소리가 높지만 재정 건전성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정교한 계획과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풀어 가야 한다. 금리 인상 쓰나미가 몰고 올 취약계층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관행과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경제 도약을 이뤄내는 데에도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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