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법전원 전문성과 변시 합격률

양선숙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양선숙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양선숙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다양한 전공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소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한 심화된 법학 교육을 실시해 전문화되고 유능한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본연의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 2009년 개원 후 십수 년이 흘러 남은 것은 법무부가 발표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집계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25개 법전원은 합격률이라는 단일 잣대로 평가되며, 평균 50% 내외의 낮은 합격률하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신입생 선발과 교과과정 운영, 졸업 사정까지 오직 합격률 제고에 초점이 맞춰진다.

법전원 간 경쟁 자체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며, 더 많은 합격생 배출을 위한 개별 법전원의 노력이 가치 절하될 것은 더욱 아니다. 하지만 낮은 평균 합격률과 서열화가 교육 현장에 가져오는 효과는 파괴적이다. 최대 문제점은 기본 법리에 대한 심화학습의 실종이다.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변시 대비 선행학습을 하고 재학 중에는 단순 반복 공부에 매몰된다. 물론 암기식 학습에 치중한 경우라고 하여도 졸업 후 학생들이 필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건을 접하고 다루면서 더욱 현명해지고 유능해질 것은 틀림없다. 개중의 일부는 판례 변경을 가져오는 법 논리를 구사할 것이고, 일부는 대한민국 사법의 역사를 새로이 쓸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법조인이 되는 과정의 출발점이 법전원 재학 중에 주어지고, 현명해지는 훈련이 법전원 교육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함은 분명하다.

법전원 출범 시 강조된 특성화 교육의 퇴조 역시 심각하다. 경북대의 경우 'IT와 법'을 필수화하고 각종 융복합 IT 교과목을 개설하는 등 비교적 성공한 특성화 모델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특성화 교육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또한 법전원 제도가 정착될수록 리걸클리닉, 공익소송, 실습 과정에의 참여가 더욱 권장되고 강화되어야 함에도 상황은 다르다. 학생들로서는 실무 감각이 아닌 문제 풀이 감각을 익히는 게 급선무이고, 학교는 암묵적으로 동조한다.

현재의 법전원 제도는 미완의 것이다. 본연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겸허한 자성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법전원 소속 한 명의 교수로서 ▷과연 우리 법전원이 개개인의 학생에게 충분한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고 있는가 ▷졸업 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Alma Mater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주어진 여건하에서나마 최선의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가 ▷지역거점국립대 법전원으로서의 본분을 수행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 앞에서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법전원이 법전원답게 운영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합격률이라는 족쇄로부터의 탈피이다.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만 명당 변호사 수가 미국 41명, 영국 32명, 독일 20명인 데 비해, 우리는 5명이다. 선발제 성격의 변시 제도와 낮은 합격률하에서는 기본 법리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하는 수업 방식의 채택도 힘들거니와 풍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실패한다.

매년 4월 변시 합격률 결정을 둘러싸고 법전원협의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부 간에 벌어지는 줄다리기 게임은 건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이제는 끝내야 할 때이다. 변호사시험은 선발제가 아닌 자격제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법전원 제도 본연의 목표 달성을 위한 개혁의 유의미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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