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자영업자-신천지 민사소송, 2년째 무소식…"더 이상 희망도 없다"

2020년 4월 제기한 소송 730일째 기다림…파산하고 떠난 자영업자도
대구시와 신천지 민사소송 2차 변론 오는 22일 열려

신천지 대구교회가 2년 1개월만에 문을 연다. 20일 대구시는 대구교회 등 신천지 관련 시설의 폐쇄와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폐쇄에 들어간 대구 신천지 교회는 2년 1개월 여 만에 문을 열게 됐다. 이날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5컷 촬영 후 합성)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신천지 대구교회가 2년 1개월만에 문을 연다. 20일 대구시는 대구교회 등 신천지 관련 시설의 폐쇄와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폐쇄에 들어간 대구 신천지 교회는 2년 1개월 여 만에 문을 열게 됐다. 이날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5컷 촬영 후 합성)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더 이상 희망을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대구의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를 회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2020년 4월이 대구의 자영업자에게 남긴 상처는 상상 이상이었다. 자영업자들은 함께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 직후 분노한 대구 자영업자 461명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교회를 상대로 87억1천27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하면서 대구 자영업자들은 2개월 가까이 문을 닫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신천지를 상대로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보상과 사과를 기대하며 시작한 소송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판 한번 열리지 않았다. 신천지코로나피해보상소송인단 대표이자 대구스타디움에서 롤러스케이트장을 운영 중인 최웅철 대표는 "2년 전 당시에 재판 좀 빨리 잡아달라고 했는데 연기된 이후 소식이 없다"며 "지금은 변호사에게 맡겨놓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진작에 재판이 열렸어야 했는데 늦어진 것도 그렇고 많이 지쳤다"고 털어놨다.

다른 자영업자들도 허탈한 심정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소송에 참여한 또 다른 자영업자는 "솔직한 말로 이미 우리가 소송에서 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이긴다 해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대감이 없다"는 심정을 전했다.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그는 "그사이 같이 소송에 참여했던 지인 2명이 파산 신고하고 폐점했다"며 "저 또한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계속 빚만 늘어나고 이자하고 내는 것도 버거워지고 겁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동안 신천지 관련 재판은 수원과 대구 등에서 여러 차례 열렸지만 대부분 형사 재판에 국한됐다. 결과는 잘 알려지다시피 1심과 항소심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간부들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자영업자들의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대구시가 신천지 상대로 제기한 1천억원대 민사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대구시와 신천지 간의 민사소송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7개월 만인 지난 1월에 1차 변론이 열렸고 오는 22일 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소송을 맡고 있는 강수영 변호사는 "본격적인 변론 전에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중요한 쟁점인 역학조사 준비 방해와 위장 포교 건에 대해서는 과실 범위를 명료하게 밝히고 포교 활동 목격 증인을 세워 증언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31번 환자 확진 당시 정부나 대구시에서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며 환자 파악 후 당일 오후 모든 활동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신천지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은 없고, 앞으로 소송 관련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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