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선거를 유력 정치인 대리전으로 만들어선 안 돼

6·1 지방선거가 유력 정치인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이 거물급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윤심'(尹心), '박심'(朴心), '명심'(明心) 등을 내세우며 인지도 높이기에 혈안이다. 정책은 온데간데없다. 거물급 정치인과 악수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 등에 게재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지방선거의 본질인 '지역 일꾼 선발론'을 스스로 걷어차는 모순적인 행태다.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는 이들의 지역 일꾼 자처가 진심인지 의구심이 든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의 면면은 지역민들이 가장 잘 안다. 그간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이 더러 있었지만 오랜 기간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온 이들에게 패배하는 경우가 적잖이 나온 이유다. 오히려 유력 정치인과 친분으로 공천을 받은 이라면 선거에서 걸러야 상책이다. 당선되더라도 지역민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리 만무하다. 공천을 준 이에게 충성을 다하는 '충성 정치'로 변질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40일 앞두고도 인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탓에 거물급 정치인과 친분을 묘수로 내세우는 걸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거물급 정치인의 응원전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일꾼의 핵심은 지역 사정에 해박한 눈이다. 지역민들도 그걸 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유행처럼 번진 진박(眞朴) 인증이 겹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노리는 이들은 도처에 있었다. 진박 인증을 받고도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낙선한 이들이 적잖았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치 역량을 기르자며 사상 처음으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까지 치렀다. '시험 따로, 현실 따로'여서는 곤란하다. 지역민들에게 참된 일꾼임을 호소할 수 있는 기간으로 앞으로의 40일을 써야 한다. 유력 정치인과 친밀도가 정책 추진력이나 주민 친화력을 대신할 순 없는 노릇이다. 힘 있는 누구와 친하다며 으스대는 유아적인 발상은 접어야 한다. 윤심, 박심, 명심에 앞서 민심(民心)이 있다. 구습을 깨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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