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유재석이어서 가능한 '게임예능'

카카오TV 신개념 게임 예능 ‘플레이유’, 라이브도 편집본도 반응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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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플레이유' 포스터 이미지. 카카오TV 제공

유재석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카카오TV '플레이유'는 그가 가진 쌍방향 토크, 캐릭터쇼, 게임능력 등 다채로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보여준다. '유재석을 플레이한다'는 단순명쾌한 기획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와 그 확장성은 신박함 그 자체다.

◆유재석을 플레이한다?

유재석과 게임 예능은 익숙하다. 이미 MBC '무한도전' 시절에 시도된 추격전 같은 게임 예능들이 있었고, SBS '런닝맨'은 아예 게임 예능을 전면에 내세워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서 뻗어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역시 그가 얼마나 게임 예능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실로 유재석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게임 예능의 계보가 그려질 정도로 그는 시대 변화에 맞춰진 다양한 게임 예능의 진화를 전면에서 이끌어왔다.

예를 들어 강호동과 함께 진행했던 SBS 'X맨'은 스튜디오 예능이 주류였던 당대에서 시도된 게임 예능이었고, MBC '무한도전'에서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특집은 일상 속으로 뛰어든 게임 예능이었다. 또 SBS '패밀리가 떴다'가 'X맨' 방식의 게임 예능을 야외 시골집을 공간으로 풀어냈다면, SBS '런닝맨'은 유재석이 펼치는 '게임 무한도전'에 가깝게 다양한 형식의 게임들을 실험했다. 이것은 스튜디오에서 야외로 또 e스포츠라고도 불리게 된 게임의 가상공간 속으로 게임이라는 소재가 옮겨간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이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화해낸 유재석의 다양한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유재석은 진행능력, 쌍방향 토크, 캐릭터쇼,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 같은 것들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왔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개념들이 익숙해진 현재, 게임예능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카카오TV '플레이유'는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낯선 공간에 영문도 모른 채 뚝 떨어진 유재석이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해가며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션들을 풀어나가는 콘셉트를 가진 '플레이유'는 마치 1인칭 게임을 유재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하는 실감을 방송으로 구현했다. 시청자들이 댓글로 참여해 던지는 조언과 참여를 유재석은 실제로 실행해주면서 주어진 미션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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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플레이유'의 한 장면. 카카오TV 제공

물론 쌍방향 소통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대로 모든 걸 수행하는 건 아니고, 또 여러 시청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즉석에서 투표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른바 '집단지성'(?)과 함께 하는 게임이라는 것. 하지만 미션을 풀어가는 것만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재미와 웃음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 역시 유재석의 몫이다. 그래서 그는 이 방송에서 북 치고 장구 치듯 참 많은 역할을 수행해낸다. 심지어 시청자들이 TMI라고 부를 정도로 끝없이 게임과 상관없는 토크를 쏟아내고(제 얼굴에 잡티 지운 이야기 같은), 유(유재석)라는 부캐의 캐릭터쇼를 수행하기도 하며, 때론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지는 몸 개그를 구사하기도 한다. 김노은 PD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재석이어서 가능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별거 안한 거 같은데 강한 몰입감

첫 번째 라이브 방송을 모아 편집본을 내놓은 '플레이유'의 제1장 '로그인'편은 4일 만에 무려 7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유재석이 낯선 방에 떨어뜨려져 주어진 시간 안에 잃어버린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 로그인하라는 미션이 전부다. 하지만 이 간단한 미션에도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참 버라이어티하다.

이미 '놀면 뭐하니?'에서 간간히 선보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이, 유재석의 TMI와 '소통 본능'이 시청자들과 끝없는 밀당을 벌이며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어내서다. 결국 '유재석을 플레이한다'는 콘셉트에 맞게 시청자들이 갇힌 방을 빠져나가기 위해 갖가지 제안과 명령을 댓글로 쏟아내지만 그렇다고 유재석이 모든 걸 실행해주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도 그걸 딱히 바라는 것도 아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적어 놓고는 서로 그 황당함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유재석은 미션을 뒤로 한 채 빵빵 터지는 댓글 창을 읽으며 빠져들고, 심지어 레이저로 잡티를 지진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답답해하기도 하고, 유재석이 답답해하기도 하는 그 상황들이 벌어지지만, 유재석은 역시 게임 예능의 베테랑이다. 이런 정신없는 라이브 방송을 하는 와중에도 방에 숨겨진 해머를 찾아내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서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를 단서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찾아 나선다. 폐공장이 주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짐짓 귀신의 집 콘셉트로 놀라 자빠지는 몸 개그를 선사하면, 시청자들은 "2시 방향" 같은 댓글을 달아 유재석을 놀리는 재미에 빠져든다. 그러면 유재석도 "이게 집단지성이냐?"고 투덜대고 시청자들은 "집단지송" 같은 재치 있는 답변으로 화답한다. 사전에 맞춰진 게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즉흥적인 순발력이 더해져 라이브 방송 특유의 날 것의 묘미를 선사한다. 결국 폐공장을 뺑뺑 돌다가 본래 자신이 있던 곳 근처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 과정은 유재석의 토크쇼와 캐릭터쇼 게임예능 등의 다양한 재미요소들로 채워지면서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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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플레이유'의 한 장면. 카카오TV 제공

◆게임, 가상현실, 증강현실

'플레이유'는 그간 유재석이 해왔던 다양한 게임예능의 진화과정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시도했던 시청자들의 댓글 참여, 그리고 최근 뉴미디어의 등장과 더불어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한 라이브 방송이 결합해 탄생시킨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종의 1인칭 게임이 유재석 같은 인물을 통해 방송으로 구현되며 그것이 실감을 줄 수 있는 건, 최근 게임‧가상현실‧증강현실 같은 개념들이 점점 익숙해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시청자들은 현실 공간이지만 그곳을 가상처럼 게임 공간으로 꾸며 실제 인물이 뛰어들어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유' 같은 프로그램을 별다른 이물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 물론 라이브 방송은 게임이라기보다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카메라 하나 들고 현장으로 뛰어들어 하는 현장 라이브에 가깝지만, 이 방송분량을 30분 남짓의 방송으로 압축 편집하고 여기에 자막과 디자인을 더하면 마치 유재석을 캐릭터로 하는 1인칭 게임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플레이유'의 탄생은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 시대에 진화된 형태로 등장한 게임예능처럼 보인다.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재석이라 그 첫 발을 디뎠지만, 향후 이런 콘셉트가 익숙해지게 되면 더 많은 이들이 시도할 수도 있는 예능이다. 물론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그 캐릭터에 맞는 저마다의 재미요소들이 달라질 것이고, 그건 각각의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아가 이러한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서로 이합집산하며 더 큰 세계관을 발전시킬 수도 있는 확장도 가능하다.

최근 들어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은 점점 관찰카메라 같은 트렌드에 올라타며 새로운 시도가 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신 카카오TV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색다른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웹예능'이 블록버스터화하는 경향이 생겨났는데, 이건 당연히 플랫폼의 성격이 달라서 나타난 결과들이다. '플레이유'는 그런 점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이 탄생시킨 신개념 예능으로 기억될 듯하다. 훗날 훨씬 진화된 게임 예능들이 쏟아져 나올 때 그 시작점으로 지목될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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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플레이유'의 한 장면. 카카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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