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내가 꽃잎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이자 대구가 사랑하는 문인수 시인이 작고한 지 일 년이 되지 않아, 그의 아내가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그녀는 시인보다 시를 더 깊이 사랑했고 시인의 뒷그림자를 아름답게 수습한 후 벚꽃을 보며 활짝 웃는 시인의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바쁘게 따라갔다.
시 속에서 시인은 턱을 괴고 아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어느 시절 한번 행복하지 못한 그녀는 무너미처럼 운다'고, '눈물 어룽거리면서도 끔벅, 소처럼 소리가 없다.'고. 고인 눈물이 저수지 같다며 애잔하다. 내 기억으로 시인은 생전에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돈 번다고 혼자 고생만 하는/ 늙은 아내의 월급봉투에도 물론 이런 손자국/ 무수히 말라붙어있는 거라 생각하면서, 매운 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고개 돌리며 자꾸 이 사내와 함께 찔끔거렸습니다.'(인도 소풍, 말라붙은 손에 중)
아내가 교육계에 종사하며 생계를 전담함에 절절하다. 그는 또 별을 덮고 누운 노숙의 밤에 늘 집을 지키는 아내에게 닿았다. 그때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는 고뇌에 찬 소리를 외쳤다. 평소 그는 아내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로 말끝마다 아내의 얘기를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시인의 방랑을 이해하고 시인임을 자랑한다고 했다. 그녀는 시인에게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구심점이었으리라. 지구가 자유롭게 회전하지만 태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시인은 방랑을 꿈꾸지만 아내 손을 놓지 않는 원심력이 아니었나.
그녀는 췌장암 투병 중에도 파킨슨병 말기인 시인의 몸을 일으켜 앉혀 식사를 떠먹였다. 그녀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자 시인을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시인이 요양원에서 타계하자 '자신의 병 때문에 요양원에 모셔 일찍 돌아가시게 했다'며 자책했다고 동료 시인은 전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시인에게 바라는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가톨릭 입문과 남편을 소개할 명함이었다. 시인이 미당문학상 본심에 올랐을 때 그녀가 새벽 기도하며 소원했다. 소원대로 시인은 상을 받고 성당에 입문했으며 또 수상기사가 난 신문을 명함처럼 품고 다녔다. 그리고 그녀는 시인이 목월문학상 수상 때도 건강을 회복해 늦게 꽃피우는 시의 길을 좀 더 걸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이야, 꽃 봐라." 그녀는 벚꽃 구경하며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갔고 벚꽃이 저물어 흩날릴 때 운구차에 누워 꽃잎이 돼 훨훨 봄바람 타고 승천하셨다고 한다.
나는 시인보다 시인이 쓰는 시를 더욱 사랑한 이 여인, 꽃잎의 승천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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