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대통령 ‘검수완박’ 법안에 애매한 태도, 무책임의 극치

▷문재인 대통령, 검찰 수장 만나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동조했다 ▷문 대통령, 김오수에 '국회 설득' 주문했다 ▷문 대통령, 김오수 만나 '검수완박' 속도 조절 ▷문 대통령, "개혁, 검경 떠나 국민 위한 것" ▷문 대통령 "검찰 신뢰하지만, 공정성 의심받는 것도 현실". 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18일 만나 한 말에 대해 19일 조간신문들이 보도한 골자다. 대통령이 한 입으로 한 말을, 전국 언론들이 제각각 다르게 들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모호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현 정권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도 문제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검찰과 변호사 단체, 학계, 시민 단체 모두 이 법안에 반대한다. 법원행정처도 '검수완박' 개정안의 13개 조항에 대해 검토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사위에 제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고, 의도를 의심받는 법안임에도 문 대통령은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70년 형사사법 절차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통째로 뒤엎겠다는 법안을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자신들의 '적폐'에 대한 수사를 늦추고 싶은 마음과 사회적 논의나 합의 없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뒤집는 데 대한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사(公私)를 구별하는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검수완박'에 반대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마음의 빚'이 있는 사람을 챙기거나 '30년 지기의 선거 당선을 돕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기 위해 함부로 법을 바꾸는 자리는 더구나 아니다. 검찰을 동원해 전 정권의 잘못을 이 잡듯이 수사해놓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대통령과 여당이 할 행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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