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두 달도 안 됐고 아직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도 안 했는데 벌써 다음 대선이 회자되고 있다. 6·1 지방선거 때문이다. 지방선거랑 다음 대선이랑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싶지만 이번 지선에 출마하거나 거론되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대구시장 등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에 지난 대선 당내 경선 및 본선에서 패한 후보들이 총출동할 기세다. 홍준표, 유승민, 이낙연, 김동연 그리고 이재명 등 사실상 대선 패자부활전 양상이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패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 본선 진출을 두고 김은혜 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과 겨루고 있다. 새로운물결 후보로 대선에 나섰던 김동연 전 부총리도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도 막강하다. 우선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버티고 있다. 민주당에선 본인의 고사 의사에도 오 시장의 대항마로 이낙연 전 대표를 차출해 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민주당 최종 후보 경선에서 막판 흥행몰이로 이재명 후보를 따라잡기 직전에 석패한 만큼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대선급 빅매치가 성사된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비해 전국적인 관심도가 낮은 대구시장 선거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민의힘 당내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아깝게 패한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나와서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유영하 변호사의 단일화 불씨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홍 대표가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패한 뒤 칩거 중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번 선거를 기회로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은혜 의원이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될 경우 현역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인 김 의원의 지역구가 공석이 되기 때문이다.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 차기 대권을 다시 노릴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누가 살아서 다음 대선에 나올까' 하며 자연스레 다음 대선으로 관심이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지난 대선의 패배를 딛고 부활해 다음 대선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대선 가도에서 멀어지거나 정계 은퇴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
누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대권 후보로 부활할지에 대한 관심만큼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시도민을 위한 출마라기보다는 다음 대선을 위한 교두보, 발판으로 삼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대선 후 두세 달 만에 체급을 낮춰 지방선거에 나오는 데 대해 씁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의 권위·무게감과 우리나라 인재풀이 이 정도였는가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물론 대통령선거에서 졌다고 다른 선거에 나오면 안 되는 것도, 정계를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는 생물이고, 직업이 정치니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든, 사명감에서든 선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유력한 대권 주자였다면 시간을 갖고 자리를 살피고 가리는 미덕과 품위는 필요하다.
이제 불과 며칠 뒤면 각 당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결과가 나온다. 누가 각 당의 최종 후보가 될지, 그리고 6월 1일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대권 후보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지 지켜볼 만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