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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검수완박' 룰 싸움 준비 한창…국힘 "꼼수 끝판왕"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제1소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개회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여의도 정가에서는 '룰 싸움' 준비가 한창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켰다. 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이 안건조정위에 부쳐지더라도 사실상 무위로 돌릴 수 있게 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의해 여야 3명 동수로 구성하며, 활동기간은 90일 내에서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안건이 의결돼 안건조정위를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민주당 소속인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 1명을 무소속에 배정하겠다면서 민 의원을 지정하면 조정위는 여 4 대 야 2로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애초 민주당은 법사위원이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대신해 자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종전 기획재정위원회)을 보임하는 방법으로 안건조정위를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날 양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이날 다급하게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정가의 관심사는 국민의힘이 상임위 저지에 실패하면 본회의 처리 지연을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텐데 민주당이 이마저도 무력화할 수 있을까이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을 통해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막는 합법적인 수단이지만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 즉 180명이 동의하면 도중에 그냥 끝내버릴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자동으로, 가장 먼저 상정된다. 결국 회기를 하루 잡고, 또 하루 잡는 방식으로 필리버스터를 완전 무력화할 수 있다.

이날 민 의원 탈당으로 민주당 의석은 171석이다. 여기에 박병석 국회의장, 양 의원을 제외하고도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이 5명이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검수완박에 찬성 입장이다. 민주당이랑 비례 위성정당 단계에서 한몸이었던 기본소득당 1명까지 더하면 178석이다.

이렇다 보니 정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모양새가 됐다. 당장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되 시행 시점에 대해 "1년 유예"를 주장하며 중간 지대에 섰다.

민주당은 정의당이 원하는 중·대선거구제 처리에 협조하겠다며 구애해야 할 상황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도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 않지만 국민의힘도 답답할 것"이라면서 "합법적인 저지 수단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큰데다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려는 의원들이 30일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당장 수적 열세가 더욱 심해진다"고 했다. 또 "이들이 당의 공천을 받고 의원직 사퇴 시한(5월 3일)까지 버텨 며칠이라도 더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전력 누수를 막을 경우엔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보궐선거가 내년에 치러지게 돼 의석 구조 약화 상황이 1년을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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