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위생 문제를 해결한 개량 메주

전통 메주는 자연 발효법으로 띄운 매주다. 콩을 삶았을 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미생물과 콩의 단백질을 먹기 위해 찾아온 주변의 미생물이 번식하여 메주가 된다. 삶은 콩에는 적당한 수분이 있고 특히 단백질의 함량이 높아 이들 성분을 먹고 사는 미생물들이 모여든다. 메주를 띄울 때의 삶은 콩은 곰팡이가 내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얻기 위한 미끼일 뿐이며 먹이가 아니다.

효소를 배출하여 만든 대부분의 아미노산이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면 된장이나 간장의 아미노산이 줄어들어 맛을 감소시킬 것이다. 특히, 자연 발효에서는 온습도 및 주변의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습도가 높고 통기가 되지 않거나 환경이 오염되면 메주와 무관한 미생물들이 번식하게 된다. 특히 발암성의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성하는 곰팡이에 대하여 유의할 필요가 있다.

메주나 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아플라톡신을 생성 균으로 아스프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가 알려져 있다. 이 곰팡이는 형태적 특성이나 포자의 색상이 메주 발효균인 아스프길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와 유사하여 육안으로나 현미경으로도 판별이 어렵고 독소성분인 아플라톡신 B1, B2, G1, G2를 분석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특히 아플라톡신 B1은 독성이 가장 크고 간암을 유발하는 독소이다. 배수인 등(한국식품위생안정성 학회지, 2003)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집한 30종의 된장 중 6종에서 기준치(10 ng/g)이하이긴 하지만 1.0~6.0 ng/g이 검출된 적이 있다.

개량메주는 전통메주의 위생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조기간을 단축하며 된장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전통메주에서는 메주 균 이외에도 수십 종의 미생물이 자연발생적으로 번식하는데 비해 개량메주는 단백질분해력이 강한 효소를 분비하는 단일 균주(Aspergillus oryzae)를 종균으로 사용하여 메주를 띄운다. 개량메주 발효의 주요 공정은 다음과 같다.

▶ 콩의 선별

메주콩은 주로 플라보노이드계 색상을 지닌 황색종의 백태를 이용하며 단백질이 많은 것이 좋다. 같은 품종이라도 알맹이가 큰 쪽이 껍질이 적으므로 단백질이 많다. 타원형은 단백질이 많고 구형은 지방이 많다. 청색을 품은 것은 단백질이 많고 황색은 지방이 많다. 광택이 없는 것이 단백질이 많다.

▶ 물에 담그기(수침)

마른 콩에 존재하는 수분은 결합수로 미생물이 이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침은 콩에 수분을 보충하고 삶기를 통하여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유리수의 함량을 높임과 동시에 전분을 호화하고 단백질을 변성시키기 위한 공정이다. 수침하는 동안 콩은 물을 흡수하여 무게가 불어난다.

불어날 수 있는 무게는 원료 콩 100g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 약 14g과 수침에 의하여 보충되는 물을 합쳐 100g을 넘지 않음으로 흡수량은 86g을 초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침 후의 콩 무게는 표면에 묻은 수분을 포함하여 약 두 배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려면 여름철에는 8~10시간, 겨울철에는 24시간까지도 수침을 한다.

▶ 삶기

삶는 온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압력솥(121℃)에서는 1시간으로 삶을 수 있으나 일반 솥에서는 서넛 시간이상 동안 삶는다. 삶은 콩은 마이야르 반응으로 콩이 적갈색으로 변한다. 콩의 내부까지 푹 물러지게 삶는 것이 좋다. 삶은 콩은 20~25℃로 식혀둔다.

▶ 종균접종과 파쇄 및 제형

종균은 종균상회에서 산 황국균 포자를 이용한다. 황국균 종균은 콩 낱알에 포자가 2~3개가 붙을 정도가 좋다. 원료 콩 한 말에 황국균 50g이면 충분하다. 황국균의 부피가 작아 골고루 뿌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황국균을 볶은 밀가루 500g과 잘 혼합하여 골고루 섞는다. 종균을 섞은 콩은 양이 적을 때는 직접 빻을 수 있으나 많으면 파쇄기를 사용한다. 파쇄 한 콩은 대개 4각 틀에 넣어 벽돌 모양으로 제형 한다. 낱알 메주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종균을 접종한다.

▶메주 띄우기와 말리기

종균을 접종한 벽돌형 메주는 먼저 통풍이 잘되는 싸늘한 곳에 두면서 표면을 꺼덕꺼덕하게 20~30일간 말린 후 20~25℃의 따뜻한 실내로 옮긴다. 포자가 발아하여 균사가 생기면 호흡열에 의해 품온이 오른다. 40℃부근까지 이르면 바실러스균이나 초산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다. 온도를 30℃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으로 뒤집기, 좌우 아래위 옮기기를 반복한다.

처음에는 백색의 균사가 콩 내부로 스며들고 메주 전면을 덮게 되면서 황록색의 포자도 생긴다. 메주는 서서히 마르면서 발효한다. 수분함량이 크게 줄면 발효도 서서히 중단된다. 낱알 메주의 경우는 나무 또는 플라스틱 상자에 3~4cm의 두께로 편 후 38℃를 넘지 않도록 뒤집기, 상자 갈아 쌓기, 붙은 낱알 떼어내기를 반복하면서 발효한다.

콩 낱알에 백색의 균사가 덮이고 일부의 낱알에서는 황록색의 포자가 생기면 발효가 끝나는 시점이다. 발효가 끝난 메주는 마르기전에 된장 담그기를 하기도 하지만 통풍이 잘되는 햇볕에서 수분을 충분히 말린 후 사용하기도 한다.

김순동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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