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끊이지 않는 ‘동물학대’…실효성 있는 대안 나와야

동물학대 특사경 도입 목소리도

제주에서 강아지의 코와 입만 밖으로 내놓은 채 땅에 묻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주에서 강아지의 코와 입만 밖으로 내놓은 채 땅에 묻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봄이 디지털국 차장
김봄이 디지털국 차장

#제주도에서 강아지를 땅속에 '생매장'한 사건이 벌어졌다. 목격자가 찍은 사진 속 강아지는 입과 코만 겨우 밖으로 내놓은 채 흙 속에 묻혀 있었다. 심지어 나오지 못하게 주변을 돌로 눌러 놓은 흔적까지 확인됐다. 얼마나 땅속에 있었을지 알 수 없는 이 강아지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에 잔뜩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하고서 사진과 영상을 SNS로 공유한 사건도 충격을 주고 있다. 고양이 학대범은 자신의 주거지와 편의점 창고 등에서 길고양이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학대해 죽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현장에서는 톱, 칼, 망치, 버너 등 학대에 사용된 듯한 물건들이 있었고, 선명한 핏자국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동물학대 사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992건으로 1천14명이 검거됐다. 2010년 6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4배나 증가한 것이다.

경찰청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3월 '동물학대 사범 수사 매뉴얼'을 '동물 대상 범죄 벌칙 해설'로 개정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기존 매뉴얼이 동물보호법상 벌칙 조항을 열거만 하고 있던 것에서 ▷112 신고 접수자부터 초동 조치를 담당하는 지역 경찰 근무자를 위한 초동 조치 및 지자체 공조 방법 ▷수사 실무자를 위한 동물 사체 부검 의뢰 및 양형 기준 등 개선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동물학대 사건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5월 총 12만 8천여 명의 경찰을 대상으로 '동물학대 사건 현장 출동 및 수사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관(332명)의 72.5%가 '동물학대 사건 수사가 어렵다'고 답했다. 고충을 느끼는 이유로는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움(30.6%) ▷증거 수집 어려움(22.1%) ▷신고·고소·고발 내용 부실(11.6%) 등의 의견이 많았다. '동물보호법이 부실하다'(11.6%)거나 '동물보호법이 생소하다'(7.2%)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경찰 수사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 함께 전문가나 행정공무원이 고발권·수사권을 갖게 하는 '동물학대 전담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3천398명 중 정식 재판이 청구된 피의자는 93명(2.7%)에 불과했으며, 실형 선고는 12명(0.3%)에 그쳤다. 반면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은 1천741명(51.2%)에 달했다.

지난 2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를 한 경우 종전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 사례는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동물학대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단순히 동물복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동물에 대한 잔혹한 행위가 반복되면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사람을 향한 범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다음 달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동물학대 예방 및 처벌 강화, 동물보호 교육 활성화 추진'이 있었던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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