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 1년 후 2018년 이해찬은 더불어민주당 20년 장기 집권을 이야기했다. 다음 해 당 대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자,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3년 이후 30여 년 민주당 장기 집권 선례도 있다. 집권 전략으로 정책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그린 뉴딜을, 통치는 조선의 태종과 세종을 모델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집권 꿈은 5년 만에 끝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은 헌법상 대통령 5년 임기와 상관없이 지난 30년간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보수와 진보, 다시 보수가 차례로 각각 10년 집권하도록 했다. 즉 우리 헌법은 5년 단임제이지만 국민은 10년 통치의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30년간 이어져 오던 10년 연임에도 실패했다.
분명 대선에서 패배한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서울시장과 충북도지사 공천, 국회 '검수완박' 강행에서 민심과의 괴리, 대선 후 당내 패배주의, 그 와중에 헤게모니 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향후 20년 내에는 다시 집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민주당 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위기의 구조는 무엇인가. 놀라운 것은 민주당의 위기가 당이 가장 전성기 때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2017년 탄핵의 중심인 촛불 시민 세력을 19대 대선 이후 통치의 기반으로 두고, 이은 2020 총선 대승으로 입법 일방주의와 법적 정합성만 따지는 전성기 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위기 출발은 탄핵이다. 입헌민주국가에서 탄핵은 민주적 원칙이나 역사적 평가에서 매우 논란이 된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탄핵의 정당성을 역사에만 맡겨 놓을 수 없었고 임기 중에 스스로 정당성을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은 전 정권의 탄핵을 정당화시켜 줄 정치 적폐와 부동산∙재벌 등 기득권 적폐를 통한 카타르시스 프레임이 필요했다. 결국 민주당은 집권 이후 180석 의석이라는 힘에도 불구하고 적폐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 버렸다. 문제는 국정이 적폐 청산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사법 정의가 왜곡되고, 생활 경제와 민생이 실종되어 지방에서는 토착 기득권 세력의 천국이 되어 갔다. 그리고 적폐 프레임은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피로감을 만들었다.
그 결과 민주당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는 딱 21대 총선까지였고, 이번 대선에서는 철회했다. 문제는 이번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졌잘싸'로 간단히 정리했다. 그 중심에는 민주당의 사실상 집단 결정권을 갖고 있는 권리당원이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실패 후 당원 중심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당의 의사 결정과 당내 선출직 결정에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졌다. 문제는 40대가 권리당원 세력으로 당의 중심이 되었지만, 당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점이다. 현실은 이들이 386세대를 대체할 정치력도, 국가를 이끌 역량도 검증받지 못했고, 대중적 지도자로도 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학 생활을 공유한 386의 아바타로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세대교체는 할 수 있어도 386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나마 학생운동이라도 해본 386과 달리 40대들은 오히려 더 극단적 주장을 하고 대중과도 유리되는 모습을 보인다. 당내 문자 폭탄과 왕따, 인격 경시 정치 문화가 그렇다.
문제는 지금 민주당은 이러한 당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386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40대조차 당내 기득권화가 되어 버렸다. 포스트 탄핵 정치 상황에서 스스로 깨시민이라 생각하는 이상 변하지도 않을 것 같다. 또한 세대 역할에서도 이들 40대가 더 이상 세대 중심 역할을 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2030세대를 이끄는 세대 리더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현재의 민주당 상황이 지속되면, 20년이 지나도 정권 잡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하나의 가능성은 있다. 집권 보수 정당의 국정 파탄이다. 그러나 그걸 바라고, 그렇게 만들어서 정권을 잡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도 아니고 국가만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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