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일조선인 소재 드라마 '파친코'…글로벌 인기에도 日은 외면, 왜?

가디언 "일본 주류 사회, 역사수정주의 빠져 현실 외면"

애플TV+ 드라마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애플

재일조선인 4대 가족을 그린 이민진 작가 원작의 애플TV+ 드라마 '파친코'가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평단·대중으로부터 크게 호평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 세계적 관심을 받는 '파친코'가 정작 작품에 영향을 준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파친코'는 보편적인 이주 경험을 연상시키면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불편하고 쓰라린 역사적 유산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애플TV+에 공개 중인 8부작 드라마다.

코고나다, 저스틴 전이 각 4편씩 감독을 맡았고 각본가 수 휴(허수진)가 쇼러너(각본 및 총괄 제작)를 맡았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윤여정과 한류스타 이민호, 신예 배우 김민하가 극을 이끈다.

드라마는 부산 영도 출신의 재일조선인 가족이 일제강점기 전후인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에서 일본으로 넘어가 살면서 격동의 세월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3·1 운동, 일본의 수탈과 조선인 강제노역, 일본군 위안부 등 일제강점기 탄압받던 조선인들의 모습이 나오고 재일조선인들이 피해를 입은 관동대지진 학살 등도 담겼다.

가디언은 '파친코'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작품임에도 일본에서 외면받는 원인 중 하나로 일본 주류 사회의 역사 인식과 우익 성향 언론 보도 등을 꼽았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主戰場)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과 우익 세력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주전장'은 일본 우익과 민족주의자,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하는지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우익 성향 인사들은 영화 속 인터뷰 장면이 당사자 동의 없이 사용됐다며 배급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데자키 감독은 이 같은 재판 결과를 일본 진보 성향 매체조차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일본 언론 매체, 특히 TV 뉴스가 영화 '주전장'이나 드라마 '파친코'를 다루지 않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내 디지털광고판에 배우 이민호의 해외 팬클럽이 의뢰한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내 디지털광고판에 배우 이민호의 해외 팬클럽이 의뢰한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의 홍보 광고가 표시되고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원작으로 재일조선인 4대 가족의 삶을 그렸다. 배우 윤여정과 이민호, 김민하 등이 출연한다. 연합뉴스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와 주류 학계로부터 받아들인 역사관으로 인해 영화 속 내용에 의문을 품는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장기 집권하는 동안 일본이 위안부와 강제노역 등 조선인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시도가 국민들 역사관에 축적됐다는 것이다.

토코 오카 노리마츠 국제평화박물관네트워크(INMP) 공동대표는 "정치권의 그런 움직임이 일본 사회 전체에 편협한 분위기를 퍼뜨렸다"며 "일본인들은 일본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재일조선인을 차별한 가해자라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정치권을 비롯한 주류 사회는 '역사수정주의'(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기존 시각을 재해석하는 것)를 고집한다. 일본 입맛에 맞지 않는 역사를 부정하고 실제와 다른 사실을 국내외에 알리는 식이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다. 교과서에서는 '강제연행' 등 일본 입장에서 불편한 표현을 배제토록 했다.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는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압박했다.

야마구치 도모미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는 "일본 정부와 주요 매체는 일본이 위안부 등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젊은 층은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는데. 일본 주류 사회는 역사수정주의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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