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가 지하철 청소 하시는데…" 출근길 전동차서 오체투지, 역사에는 스티커 빼곡

전장연 22일 지하철 출근 방해 시위 재개…"이러는 이유 알아달라" 호소
공공시설 전동차·역사에 스티커 테러에 출근시민들 큰 불편 "적당히 해라"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에 붙인 스티커.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에 붙인 스티커.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틀째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인 가운데, 전장연 측이 지하철 열차와 역사에 붙인 스티커 전단에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전장연이 휩쓸고 지나간 시위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한 지하철 내부와 역사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지하철 출입문과 유리창, 좌석, 광고판, 역사 벽면, 스크린도어, 소화전, 역명 표지판 할 것 없이 전단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습이다.

스티커에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예산 보장하라", "장애인 이동 권리 보장하라", "24시간 활동지원 예산 보장하라" 등의 요구사항이 적혀있다. 일부 스티커는 쉽게 떼지지 않는 재질로 지하철역 직원들이 제거 작업을 했음에도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가족이 지하철 역사 화장실 청소를 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장연을 향해 "스스로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다행히 어머니가 일하는 역사는 아니지만, 저런 짓을 하면 결국 추가 근무에 시달리는 건 아무런 힘없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라며 "본인의 권리를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전장연은 이해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들은 "공공장소인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안에 스티커 붙일 자유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저거 엄청 안 벗겨지는데", "치우는 사람은 뭔 죄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은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전장연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장애인 대책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자 출근에 나선 시민들과 시위 참가자,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 이를 취재하려는 취재진 등이 한꺼번에 몰리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에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은 차기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약속할 때까지 삭발 및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을 기어 지하철에 탑승했다. 박 대표는 열차 내 바닥에 엎드려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하라' 등이 적힌 스티커를 바닥이 일일이 붙여가며 힘겹게 양팔로 몸을 끌었다. 경복궁역에서 시작한 지하철 시위는 안국→종로3가→을지로3가→충무로를 거쳐 동대입구역까지 이뤄졌다. 중간에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으며, 박 대표의 '오체투지(사지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며 절하는 것)' 형식의 지하철 시위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3호선 운행이 다소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단체의 열차운행 방해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며 "3호선 열차운행이 상당시간 지연될 수 있으니 참고해 열차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경찰은 "의도적인 지하철 운행방해는 철도안전법 위반 등으로 추후 법적 조치할 것"이라며 "신속하게 하차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경고 잘 들었다"며 "21년 동안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에 붙인 스티커.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에 붙인 스티커.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승객들과 갈등도 이어졌다. 한 승객은 "장애인들 불편하고 아픈 거 누가 모르겠느냐, 청와대나 국회로 가시라"며 "서민의 발인 지하철 이용하는데 너무 불편하다"고 시위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종로구 주민이자 장애인 가족을 뒀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민은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출퇴근길이 1시간40분이나 더 걸렸다"며 "장애인의 날 다음날부터 강경, 불법행동으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시작하기 전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먼저 사과를 드렸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비난과 모든 불편의 욕설도 다 수용하지만, 저희는 (장애인 이동권 등) 문제를 2001년부터 이야기 해왔다"고 양해를 구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오늘 경험하는 불편은 장애인 탓이 아니라 저 같은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해결 못 해 그런 것"이라고 사과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표는 이날 "4월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 평생교육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정치권이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다음 달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이 약속되고 전장연의 증인 채택이 이뤄진다면 다음 월요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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