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검수완박법’ 중재안 수용, 꼼수와 책임 회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은 4월 중에 여야 합의로 처리되고,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전망이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부패·경제) 수사권 중 부패·경제를 제외한 4개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을 구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나머지 2개 수사권도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과 편법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중재안 수용' 외에 선택지가 별로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고 야당,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 언론, 학계 등도 '검수완박 법안'에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대법원도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중재' 및 '여야 합의'라는 모양새만 갖춰 무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아쉽고 무책임한 처사다.

법안 통과 후 4개월 뒤면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 현재도 경찰은 과중한 업무로 수사 지연에 따른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대책도 없이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하면 결국 범죄자들만 좋은 세상이 될 뿐이다. 게다가 향후 1년 6개월 안에 이른바 '중수청'을 설치해 검찰 수사권 폐지를 보완한다고 하지만 중수청이 수사 능력을 갖추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측조차 어렵다. 단순 절도처럼 비교적 단순명료한 사건이 있는가 하면 고도의 지능 범죄, 합법을 가장한 유착형 범죄, 민법과 형법이 얽혀 있어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법률 전문가들도 해당 분야 전문이 아니면 손대기 힘든 범죄가 차고 넘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이 이번에 처리 안 되면 감옥에 가야 할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국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범죄자를 지키기 위해 국회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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