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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 애끊는 父情 김현도 씨 31년만에 아들 곁으로…

실종 김영규 군 부친 별세…"평생을 찾아 헤맨 아들…꼭 안아주길"
2006년 공소시효 만료된 미제 사건

지난 2019년 9월 20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희생자 김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 씨의 손을 잡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2019년 9월 20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희생자 김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 씨의 손을 잡고 있다. 매일신문 DB

"누가 무엇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랬는지 이유를 꼭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훗날 하늘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 죄책감이 덜 할 것 같습니다."

한 달 전 추모식에서 했던 약속을 뒤로 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러 떠났다. 31년 만에 만나는 아들 앞에서 부정(父情)은 결국 마지막까지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전대미문의 미제사건으로 남은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 피해 아동들의 아버지 중 한 명인 김현도씨가 79세의 일기로 22일 별세했다. 그는 개구리 소년 5명 중 김영규(당시 11세)군의 부친이다.

23일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에 따르면 김 씨는 뇌경색으로 요양병원 등에서 투병 생활을 해오다 최근 병세가 더욱 악화됐다.

나 회장은 "31년을 함께 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분"이라며 "건강 악화로 오래전부터 아이들이 발견된 와룡산에 오르지 못했고, 재작년 사건 현장 인근에 추모 공원이 마련됐으나 이곳마저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2014년 한 방송에 출연한 고인은 "워낙 못난 아버지들이 돼서 얘네들 원한도 못 풀어주고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범인이 죽기 전에 '애들을 내가 제거했다, 아버지들아 미안하다' 이런 양심선언을 하는 것, 그저 그것만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에서 개구리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경찰이 조호연(당시 12세,성서초5년)어머니(왼쪽)에게 옷과 신발을 보여주며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에서 개구리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경찰이 조호연(당시 12세,성서초5년)어머니(왼쪽)에게 옷과 신발을 보여주며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개구리소년사건은 31년 전인 1991년 3월26일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실종 사건이다. 한 동네에서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군(9) 등 5명의 아이들은 이날 아침밥을 먹고 '도롱뇽 알을 찾겠다'며 집 뒤에 있는 와룡산에 올라갔다 실종됐다.

경찰은 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35만명의 수색인력을 동원했지만 범인이나 실종 경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숨진 김씨 등 아이들의 유족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돌며 전단지를 돌리고 아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발생 11년이 지난 2002년 9월26일 실종 아동들이 와룡산 세방골에서 모두 유골로 발견되며 다시 수사 급물살을 탔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2019년 9월 경찰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기 위해 대구경찰청에 미제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으나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91년 11월 18일 대구 성서지역 학생들이 실종 어린이들의 단서를 찾기 위해 와룡산 기슭을 오르며 수색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1991년 11월 18일 대구 성서지역 학생들이 실종 어린이들의 단서를 찾기 위해 와룡산 기슭을 오르며 수색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유족들은 별다른 단서도 없이 현재까지 흐른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철원 군의 아버지 우종우(74) 씨는 "한순간에 아이가 사라져 가족 4명이 먹던 밥상엔 한 명이 비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밥이 제대로 넘어간 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 씨는 "개구리소년 사건은 부실수사와 의혹이 너무나도 많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나 국회에서 '개구리소년사건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진실을 밝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31주기 추모식이 열렸지만 고인은 병세 악화로 참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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