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에 반발하며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25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으로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님이 중재안을 내고 여야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하여 말씀을 드리는 것이 책임있는 공직자의 도리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중재안의 문제점으로 ▷검찰 수사·기소 분리의 위헌 소지 ▷공직자 비리나 선거사범에 대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 감소 ▷단일성, 동일성 있는 범죄만 수사하는 경우 여죄 수사 불가능 ▷중수청 출범 후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등 네가지를 꼽았다.
그는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것은 해석하기 따라서는 기소검사가 사건관계인의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진술 한번 듣지 않고 수사기록만으로 기소여부를 판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이 공직자, 선거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면 공직자비리나 선거사범에 대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라며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난 수사가 금지된다고 하는데,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단일성, 동일성이 없고 그 결과 검․경간 핑퐁식 사건 이송으로 인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국민들은 그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중재안에 따르면 국회에 사개특위를 구성해서 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게 되고,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된다"며 "이번 사개특위는 '검수완박과 연계된 중수청 설치'라는 결론을 내놓고 하는 것이고, 결론을 내려놓고 시행시기를 정하는 특위는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국민의 여론을 존중해 주시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추어 주시라"며 "결론을 미리 내놓고 하는 특위가 아니라 여야 및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서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폭넓게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국회 특위를 구성해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오수 총장 입장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금요일 정치권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공직자로서 사직서를 낸 이상 직을 수행하며 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청사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검찰총장으로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님이 중재안을 내고 여․야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하여 말씀을 드리는 것이 책임있는 공직자의 도리라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합니다.
중재안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오늘 여기서는 핵심적인 부분 4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중재안에 의하면 검찰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하고, 직접수사의 경우에도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는 분리한다고 합니다.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 말씀드렸습니다.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것은 해석하기 따라서는 기소검사가 사건관계인의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진술 한번 듣지 않고 수사기록만으로 기소여부를 판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소검사의 판단을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중재안에 따르면 6대 범죄 중 공직자, 선거범죄 등 4개는 4개월 내에 삭제되고, 나머지 2개도 중수청 출범과 동시에 삭제됩니다.
검찰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께 능력을 인정받았던 것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입니다. 검찰이 공직자, 선거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면 공직자비리나 선거사범에 대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데,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수사도 검찰이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단 일정에 따라 중수청이 출범하면 1년 6개월 안에 못하게 됩니다. 갓 출범한 중수청이 70년 역사의 검찰수사 역량을 따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필시 공백이 생길 것입니다.
선거범죄는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가 있어 시효 임박 사건들은 경찰과 보완수사요구를 반복하다 부실 처리될 염려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 공소시효 직전 또는 공소시효를 절반 정도 남긴 9월초경 검찰 수사권이 갑자기 폐지된다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방위사업은 경제범죄로 전환하여 수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곧 경제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 없게 됩니다. 대형참사의 경우 검․경합동 수사본부를 꾸릴 수 있다고 하는데, 검찰에 수사권이 없어지게 되므로 과거와 같은 효율적인 합동수사는 어려워 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 중재안에 따르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난 수사가 금지된다고 하고 그 의미는 별건수사를 금지하는 취지라고 합니다.
별건수사를 금지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일성, 동일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고 하면,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진범․공범 수사는 피의자가 달라서, 추가 피해는 피해자가 달라서, 무고․위증 수사는 범죄사실이 달라서 단일성, 동일성이 없고 그 결과 검․경간 핑퐁식 사건 이송으로 인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국민들은 그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넷째, 중재안에 따르면, 국회에 사개특위를 구성해서 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게 되고,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됩니다.
역대 사개특위는 개혁 방안별로 충분한 논의 후 그 방안 실시 여부나 방식을 결정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개특위는 '검수완박과 연계된 중수청 설치'라는 결론을 내놓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先 결론 後 논의' 방식의 특위는 선후가 뒤바뀐 것으로 대검에서 건의드렸던 '先 논의 後 결론' 방식의 특위와는 전혀 다릅니다.
검수완박 결론을 내려놓고 시행시기를 정하는 특위는 그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고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위 4가지 외에 중재안의 다른 부분에도 여러 문제점들이 있으나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차분하게 논의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 충정으로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여론을 존중해 주시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추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결론을 미리 내놓고 하는 특위가 아니라 여․야 및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서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폭넓게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국회 특위를 구성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검찰에서 건의드린 특별법 제정 등 여러 가지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방안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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