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갑자기 충격이 와서 경기 상황이 변하면 거기에 맞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너무 당연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실 적용에 있어서 그리 간단치 않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 의회에 출석, "폴 볼커(전 Fed 의장)처럼 불황을 감수하며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볼커는 위대한 관료였다. 역사가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기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3월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8.5%를 기록했다. 40년 만에 최고치다. 볼커 전 Fed 의장이 소환되는 이유이다.
볼커 의장은 1979년 취임 후 당시 연 1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22%로 끌어올리는 등 강력한 통화 긴축을 시행했다. 기업이 무너지고 실업률은 11%까지 치솟았다. 분노한 시민들로부터 Fed를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해야 했다. 그래도 볼커는 단호했다. 1980년 3월 14.8%였던 미국의 CPI는 1983년 7월 마침내 2.5%로 떨어졌다. 이렇게 볼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올해 기준금리를 1회 이상 '빅스텝'(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FOMC 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달 한국의 CPI는 4.1%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대인플레이션도 2.9%로 2014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를 잡아야 할 당위성은 커졌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은 앞으로 1~2년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인기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 신호를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급증한 가계부채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은 1천756조 원이고, 자영업자 대출은 909조2천억 원에 이른다. 무작정 금리 인상은 줄도산과 줄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계속 올리겠지만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이 '볼커'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한국 경제는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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