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대구 시내버스는 '재정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해왔다. 해마다 쏟아붓는 혈세는 늘었지만 운송 원가는 해마다 더 늘었고 승객 수는 도리어 뒷걸음질쳤다.
대구시가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시내버스 업계가 경영 개선을 외면하는 동안 시민들은 점차 대중교통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으로 적자 폭은 줄일 수 있겠지만 시가 운송원가를 전액 지원하는 현행 준공영제의 틀을 깨지 않는 이상 '기약 없는 혈세 투입'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굳어진 만성적자, 벼랑 끝 몰린 준공영제
지난 2006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대구시가 투입하는 재정 지원금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인건비와 유류비 등 들어갈 돈은 커지는데 벌어들이는 요금 수익은 줄고 있어서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표준운송원가 중 요금 수입을 제외한 적자분을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은 도입 첫해인 2006년 413억원에서 10년 만인 2015년 1천억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재정지원금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1천946억원이 시내버스 업체들에게 지급됐다. 지난해까지 투입된 재정지원금은 무려 1조5천936억원에 달한다.
재정지원금이 늘어나는건 요금 수익에 비교해 표준운송원가 증가폭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대구 시내버스 1천531대에 지급된 운송원가는 지난 2018년 3천352억원에서 2020년 3천478억원으로 126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금 수익은 2천220억원에서 1천57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버스 승객 수가 지난 2015년 2억6천416만여 명에서 지난해 1억7천409만명으로 급감한 여파다.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도 재정 적자 폭을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이 급감했던 2020년과 2021년에만 임금이 동결됐을뿐,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기사 임금은 매년 2.4~4% 상승했다.
정비비와 관리비 등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매년 1.01~1.44% 상승했다.
버스 한 대 당 표준운송원가 63만9천945원(2020년 기준) 가운데 버스기사 및 정비직·관리직 등 인건비는 48만3천105원으로 75.5%를 차지한다.
고공 행진 중인 유가는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20년 5월 리터(ℓ)당 757원을 기록했던 차량용 LPG 가격은 지난달 기준 1천116원으로 47.4%나 올랐다.

◆승객 몰아내는 정책…버스 업계도 '나 몰라라'
대구 시내버스 이용 인구가 줄어드는 건 쉽게 말해 이동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버스 자원을 가지고 변화하는 도심 주거 환경에 맞춰 이리저리 노선을 끼워맞추다보니 도리어 전체 서비스 질은 하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2015년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맞춰 대대적인 노선 개편을 단행했다.
도시철도와 연계성을 높이고자 간선 버스를 줄이고, 지선 및 급행 노선을 확대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게 목표였다.
이에 시는 도시철도역을 경유하는 지선 버스를 10개로 늘리고 마을버스형 순환 지선노선도 14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 도시철도가 없거나 신개발 지역의 급행 노선도 4개에서 8개로 늘렸다.
그러나 도시철도와 연계성을 높이려던 계획은 이미 어그러진 상황이다. 특히 도시철도역을 오가는 지선 노선의 배차간격은 개편 직후인 2015년 19.7분에서 지난해 21.8분으로 2.1분이나 늘어졌다.
버스 업계의 서비스 질 향상 노력도 늘 제자리걸음이다. 적자가 많거나 적어도 회사 경영에 지장이 없고 적정 이윤까지 보장되는 상황에서 굳이 서비스질을 높이고자 노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버스업체에 보장된 적정이윤은 운송원가의 3.2% 가량이다.
대구 시내버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버스 노선은 버스 대수는 늘리지 않고 도시 외곽 발전에 따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라며 "도심을 달려야 하는 버스를 외곽에 투입하하보니 승객들이 불편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공영제의 '늪'에서 빠져나올 해법 있나
요금 인상은 재정 적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시민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고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어려운 대안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지난 2020년 진행한 '시내버스 적정요금 검토용역' 결과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요금을 52% 오른 1천900원으로 올려야한다고 제시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는 재정 지원금 축소를 위해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적정한 요금 책정을 위한 본격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당시 제시된 손익분기점 기준 금액까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금 인상은 결국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건비나 유류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매년 발생하고, 시내버스 업계가 적자 감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상황에서 매년 요금을 올리지 않는 이상 적자는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현행 준공영제의 틀에 갇히기 보다는 효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준공영제의 틀을 바꾸거나 완전 공영제 또는 민영제라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공영제 또는 민영제를 선택하긴 쉽지 않다.
공영제를 도입하려면 대중교통 기본계획 수립과 조례 개정, 타당성 연구 용역 등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어 운영기관 신설도 검토해야하고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의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
여기에 1천500대가 넘는 시내버스와 각 업체 영업권 등을 모두 매입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준공영제에서 민영제로 전환할때도 기본 계획 수립과 조례 개정, 타당성 용역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다.
다만 민영제로 돌아가면 적자 노선 운행 거부와 수익 노선 집중 배차, 들쑥날쑥한 배차 간격, 고용 불안 등 과거 겪었던 서비스 질 하락이 고스란히 되풀이될 수 있다.
'경기도형 준공영제'로 불리는 노선입찰제도 선택 가능한 대안이다. 이 제도는 버스 노선을 공공이 소유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운송사업자에게 한정 면허를 부여해 버스 운영을 위탁하는 제도다.
버스 업체의 경영 개선 노력을 유도할 수 있지만 낙찰 업체가 바뀌면 버스기사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버스 업체 매입에 따른 초기 자금 부담도 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준공영제보다는 지자체에서 신규 노선이나 수익성이 없는 노선부터 노선 입찰제를 도입해 효율성이나 공공성을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종정 교통국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아직 공영제나 노선입찰제 등은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양한 과제를 두고 전반적인 필요성과 공감대를 통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운송원가(標準運送原價)=하루 버스 1대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 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차고지 임차료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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