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림, 공예품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만 전시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공간을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국내 유일 비디오카메라 전문 박물관인 한국영상박물관(대구 중구 화전동 2-7). 80여 년 일생을 카메라 수집과 보존에 몸바쳐온 김태환(83) 관장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영천 출신의 그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4살에 쫓기듯 대구에 와 정착했다. 그가 처음 일했던 곳은 사진관. 보고 배운 것이 그 것뿐이어서일까, 이후 갖은 고생을 한 그에게 카메라는 유일한 낙이 돼줬다. 직접 사진과 영상을 찍으러 다녔고, 카메라를 수집하고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1987년에는 〈사〉한국비디오작가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전국 35개 지부, 회원이 6천5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전국촬영대회 35회, 국제비디오공모전 14회를 열며 작가를 발굴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김 관장이 지금 자리에 박물관을 설립한 것은 1999년 9월. 그가 1966년부터 수집한 사진·비디오 카메라, 영화 촬영기, 비디오포터블, 8·16·35mm 영사기, 진공관 TV, 라디오, 축음기, 릴, 녹음기, 영화 필름 등 2천600여 점이 이곳에 소장돼 있다. 특히 세계 1호 영상기기 60여 점, 한국 1호 영상기기 20여 점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기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 관장은 "좌우명이 '수집은 역사의 훼손에 맞서온 유일한 무기'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카메라라도 오랜 시간이 쌓이면 가치를 발휘하는 유물이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생각했다. 영상 기기의 역사는 결국 미래와 연결돼 있다. 앞으로의 영상예술 발전과 진흥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카메라 수집 외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박물관 문을 연 지 22년 남짓, 그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박물관 1층에 '갤러리 환'을 개관하는 것. 갤러리 명칭은 SNS로 공개 모집해 선정했다. 갤러리 환은 그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하다, 빛이 비춰 말고 밝다'는 뜻도 담고 있다.
82.5㎡의 갤러리 공간은 김 관장의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갤러리 개관을 준비하며 직접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전기 배선과 조명을 설치했다. 스크린을 설치해 영상 작품도 전시할 수 있다. 김 관장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은 아니지만, 따스하고 정감 있는 소박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며 "중앙로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 공간을 누구나 무료로 대관할 수 있는 갤러리로 운영한다. 그는 "예전에 사진전을 열려니, 장소를 확보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으로 힘들었다. 좀 괜찮은 공간은 대관 비용이 상당했다"며 "자신의 작품을 발표는 하고 싶은데, 비용이 부담되는 이들을 위해 갤러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먼저 그는 갤러리 환 개관전으로 박물관 소장품들을 선보인다. 5월 3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카메라, 봄날의 인사'에서는 국내외 카메라 역사에 족적을 남긴 희귀자료 2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카메라 분야에서 국내 첫 국가등록문화재로 채택된 안소니 동남사 사진기를 비롯해 세계 1호 VHS 방식 가정용 비디오녹화기, 세계 1호 8mm 비디오카메라, 세계 1호 즉석 폴라로이드 카메라, 국내 1호 대형 안소니 스튜디오카메라 등이 전시된다.
김 관장은 "수천만원을 줘도 못 구할, 시대를 담고 있는 물건들이다. 이 공간이 많이 알려져서 필요한 이들에게 잘 활용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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