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인성 화가의 '소년'이 프린트된 에코백을 좋아한다. 그날은 버스를 타고 '뮤지움 산'으로 가고 있었다. 위드 코로나가 되자 친구들은 들떠 있었다. 이것저것 주섬주섬 넣은 가방은 에코백이다. 그 가방을 무릎에 놓고 물병을 꺼내 마셨다.
"그 가방 얼마 주고 샀어?" 친구가 뒷좌석에 앉아서 나에게 말했다. "어, 만원." 얼떨결에 대답하며 뒤돌아보니 "명화를 만 원 주고 샀어?"하며 웃었다. "이만 원 줄게. 팔아라"고 옆에 앉아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 나는 경매 붙여야겠다며 되돌아 앉았다.
'뮤지움 산'에서 명화가 그려진 에코백을 하나씩 사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닐봉지에 내 소지품을 꺼내 담고 가방을 건넸다. "친구야 명화 한 점 선물할게."
헝겊에 소년이나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인 등이 프린팅된 에코백을 들고 다니면 많은 사람이 이인성의 그림을 알아본다.
일제강점기의 어둡고 척박한 시대를 그림으로 살다간 천재 화가, 자랑스러운 대구의 대표 화가 이인성! 그의 작품 중 '사과나무'는 명덕초등학교에 걸려 있었다가 지금은 대구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에는 '이인성의 사과나무 거리'가 있고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기부한 미술품 중에도 이인성의 그림이 몇 점 있으며, 대구 중구 수창동에는 그의 기념관이 있다.
그림의 홍보도 시대에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대구미술관에서 디지털 가상공간 '몰입'을 기획해 이인성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관객과 상호 반응하는 영상관에서 첫 AI 이인성을 제작해 3D 인터랙티브 실감 콘텐츠를 담은 디지털 가상공간에서의 교감을 시도했다. AI 이인성이 관객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예술성의 배경과 작가의 정신 및 작품의 심리상황을 설명함으로써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관객들은 사과나무 그림 속, 1930년대 과수원인 가상현실 속에 함께 들어가 벽에 비춰진 사과를 터치하면 사과가 떨어져 땅에 뒹군다. 그늘에 쉬고 있던 하얀 닭에게 다가가면 닭이 도망가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화가가 느끼는 시대와 자연을 함께 체험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과학의 발달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하게 해 앞으로의 예술 교육과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천재 화가 이인성의 AI와 함께 미래 예술의 방향과 공감을 체험할 수 있다.
예술의 마케팅이 에코백이나 엽서, 생활에 필요한 많은 굿즈의 접목도 필요하다. 거기에 더하여 미래 비전에 접목하는 새로운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게 예술도 과학의 발달에 발맞춰 다양하게 현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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