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논문 끼워 넣기 품앗이’가 불러온 입시 불신

교육부가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 결과'를 내놨다. 2007~2018년 사이 발표된 논문과 연구물이 대상이었다. 총 1천33건 중에서 부정이 있다고 판정받은 논문은 96건(9.3%)이었다. 경북대에서도 6건이 적발됐다. 그런데 변죽만 울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속칭 '논문 끼워 넣기 품앗이'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탓이다.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넣은 사례가 223건, 자기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넣은 사례는 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810건이었다.

교수들끼리 서로의 자녀를 교차해 공저자로 넣는 식이었다. 꼼꼼히 들여다봐야 했다. 설상가상 부당 등재에 연루된 교수 대부분은 경징계에 그쳤다.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정직·감봉 이상의 실질적 징계를 받은 건 10명에 불과하다.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그러면서 2020년 12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 징계 시효를 10년으로 늘렸다고 해명한다.

다소 황당한 대책이다. 2019년부터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을 적지 못하도록 했다. 입시에서 효용 가치가 없어진 마당에 논문 끼워 넣기를 하겠는가. 미성년자 논문 참여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는 건 보나 마나다. 소를 더 이상 키우지 않는데 외양간에 CCTV를 달았다는 꼴이다. 국민들이 분노한 대목은 공정하지 않은 기회였다. '교수 부모 찬스'를 누가, 어떻게 썼느냐였다. 교육 당국이 입시 제도를 얼기설기 만들고 교수 부모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요건을 갖춘 합법의 영역인데 잘못된 게 무엇이냐는 공박이다.

형식주의가 입시 제도를 좀먹은 거였다. 봉사활동마저 입시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간 대비 효율이 높은 곳에만 몰린다. 입시 이후 발길은 끊긴다. 입시 구색 맞추기가 우선인 탓이다. '논문 끼워 넣기 품앗이'를 입시에 활용했던 시절이 길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부정의 눈초리부터 켜는 건 예정된 수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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