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덕수 청문회 또 보이콧, 갈등보다는 협력하는 정치 보여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30분 만에 또 파행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재산 관련 자료 미제출을 문제 삼아 25일에 이어 또 청문회를 보이콧한 것이다. 다음 청문회는 다음 달 2~3일 열릴 예정이어서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일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을 어기게 됐다.

한 후보는 야당으로부터 총리 이력을 이른바 '전관예우'처럼 이용해 돈을 번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배우자의 개인정보 활용 비동의로 관련 자료 제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 후보자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청문회에 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과도한 자료 요구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민주당이 한 후보에게 요구한 자료는 1천90건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요청받은 자료 대략 250건의 4배에 달한다. 심지어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부모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50년간 봉급 내역 등도 요구했다고 한다. 문 정부 당시 총리나 장관 후보들도 요청받은 자료 중 절반 정도를 제출했을 뿐이다. 한 후보는 요구받은 자료 1천90건 중 79%를 제출했다고 한다. 1천 건이 넘는 자료를 요구하고 그중 79%를 받고도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하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건국 이래 여야 간 정부가 바뀌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윤석열 정부'처럼 상호 협조가 되지 않고, 허니문은커녕 정권 출범도 전부터 이처럼 갈등이 폭증한 사례는 없었다. 한국 정치, 한국 사회가 그만큼 이념과 지역, 계층 등 '네 편, 내 편'으로 극심하게 갈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협력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상대를 물어뜯어야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정부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와 정권 이양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보면서, 한국 정치가 돌아오기 힘든 '분열의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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