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의 요지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중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70년 이상 지속된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이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냈으나 야합성이 드러남으로써 더 큰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중재안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 시차만 있을 뿐 원래 법안과 본질적 차이는 없다.
검수완박 법안은 치명적인 결함들을 안고 있다. 첫 번째는 입법의 진정한 목적과 절차의 문제이다. 두 번째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국가의 '대범죄 투쟁' 역량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 법안은 검찰 개혁을 입법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검찰 개혁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었다. 그 의심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사보임'을 거부한 양향자 의원의 양심선언으로 사실로 밝혀졌다. 양 의원은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폭로로 이 법안의 검은 속이 드러났다. 겉과 속이 다른 나쁜 법을 상징입법(symbolic Legislation)이라 한다. 검수완박 법안은 표상된 입법 목적과 다른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를 숨기는 국민 기만이다.
의도가 이렇다 보니 입법 절차와 과정이 엉망이다. 구멍가게 영업정지를 할 때도 사전 청문을 한다. 그런데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전면 변경하는데 공청회 한 번 없다. 법안의 이해관계자인 국민과 법원, 검찰, 변호사회 등 법조 3륜은 물론 시민 단체까지 반대하는데도 의견 수렴조차 없다. 대신 자의적 사보임과 위장 탈당을 동원했다. 한국 정치의 천박함과 법 경시 습벽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는 재판소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부대결의를 한 적이 있다. 향후 사법제도 개정은 법조 3륜인 재판소, 법무성, 변호사회의 의견을 일치시켜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일본 국회는 사법제도 관련 법률안은 법조 3륜의 사전 조율을 통한 의견 일치가 없으면 법안 의결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검찰이나 검사는 헌법상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은 수사에 있어 필요한 강제 조치들인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수사의 주체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수사의 주체로서 검사가 모든 수사를 직접 담당할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경찰의 초동수사 이후 절제된 수사 지휘·감독권 등을 통하여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에 의하면 검사는 독자적으로 영장 신청을 할 수 없다. 검사를 경찰의 영장 신청 대리인으로 격하시켜 지위를 뒤바꾼 것으로 헌법 정신과 가치에 어긋난다.
형사사법의 목표는 대범죄 투쟁이다. 효율적인 대범죄 투쟁을 위해서는 국가 수사 역량이 관건이다. 현재 경찰의 수사 역량으로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중요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경찰의 수사 역량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는 점진적으로 수사권을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1년 12월 7일 개최된 '검찰을 생각한다' 출판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공동 저자인 김인회 교수는 경찰의 수사 능력 우려에 대하여 '모든 수사권을 한꺼번에 넘기는 게 아니라 민생 범죄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후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법은 전세 가격 급등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져왔다. 검수완박 법안의 폐해는 더 치명적일 것이다. 책임정치는 무엇보다 입법 책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의 입법 주권 회복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한동훈·가족 명의글' 1천68개 전수조사…"비방글은 12건 뿐"
"죽지 않는다" 이재명…망나니 칼춤 예산·법안 [석민의News픽]
사드 사태…굴중(屈中)·반미(反美) 끝판왕 文정권! [석민의News픽]
尹, 상승세 탄 국정지지율 50% 근접… 다시 결집하는 대구경북 민심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