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산업정책은 1990년대 후반 섬유산업, 메카트로닉스, 생물, 전자정보기기 등 4대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로 본격화됐다. 2000년대 후반 그린에너지와 IT 융복합 분야를 거쳐 최근에는 의료산업, 미래형 자동차산업, 물산업, 스마트에너지산업, 로봇산업, ICT 융합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대구 제조업의 전국 비중(지역내총생산)은 2000년 3.0%에서 2019년 2.3%로 감소하였고, 업체당 종사자 수도 2000년 35.9명에서 2019년 31.6명으로 줄어 영세성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 연구개발비의 전국 비중도 2010년 1.1%에서 2020년 1.0%로 역시 감소하였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 효과가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특정 산업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에 기초한다. 자원의 제한성 속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을 특화 육성하고, 미래 유망 산업을 통해 지역 산업의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략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지역 특성에 적합한 유망 산업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보 획득의 한계 속에서 유행에 따라 전략산업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역량과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국비 사업 유치를 위해 지역 여건을 유망산업과 억지로 연계시키려고 함에 따라 지역 역량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둘째, 연구개발 정책에서도 첨단기술 위주의 투자로 인해 소수의 기업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첨단기술의 양성을 위해 지원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들 중 가장 우수한 기업들을 선택하는 승자 선택(picking winner) 방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라 대구처럼 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취약할 경우 정책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셋째, 특정 산업에 집중할 경우 기업들의 전반적인 성장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정책의 핵심 목적은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제한된 분야의 첨단기업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지면 지역 기업들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첨단기술 기업들이 고성장을 통해 지역 경제를 선도하면 좋겠지만, 많은 연구에서 첨단업종에 대한 지원이 지역 기업의 고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래 유망 분야의 첨단기술 기업들만이 지역 발전의 핵심적 원천이라는 것은 고정관념이며 지역 경제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수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산업 분야와 관계없이 성장 열망이 높고, 성장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특정 산업 중심의 전략이 아니라 기업 성장 중심의 전략을 통해 고성장 기업을 창출하고, 기업들의 규모 확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높은 수준의 성장 열망과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하는 한편, 정밀 진단을 통해 종합적이고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수십 년간 같은 방식의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크지 않다면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변화를 도모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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