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브루스 D.페리, 오프라 윈프리 지음/정지인 옮김/부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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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솔루션을 얻는 TV 상담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들이 출연해 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이나 지금 자신이 겪는 우울함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하곤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러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유 없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반복되는 해로운 행동 패턴을 바꾸지 못할 때, 그로 인해 실수와 실패가 이어질 때, 아무리 애써도 나빠지기만 할 때, 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난 대체 뭐가 잘못된거지"라며 흔히 자신을 탓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들이 개인의 탓이 아닌,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한 영향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어린 시절 겪은 고통과 상처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 때로는 평생 지속되는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넌지시 물음으로써 질문의 방향을 돌려놓는다.

지은이인 오프라 윈프리는 세계 전역에서 수 천만 명의 사람이 시청한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쇼'의 진행자이자 타임, 포브스 등 저명한 미디어들로부터 해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며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져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학대와 방임의 연속이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혼모에게 태어나 6년간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매 맞고도 미소 지어야하는 아이'가 돼야 했다. 그는 늘 외로웠고 사랑받는다고 느낀 적이 없었으며, 자신이 그저 부모의 짐일 뿐이라고 여겼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마음을 할퀸 아픔을 내버려두지 않고, 트라우마와 오랜기간 싸우고 극복하려 노력해왔다.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 '오프라법'이라 불리는 미국의 전국아동보호법 제정에 기여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동 트라우마 전문가 브루스 D. 페리 박사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와 페리 박사가 30년간 나눈 트라우마와 뇌, 치유와 회복탄력성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대화를 담고 있다.

이들은 ▷트라우마가 우리 뇌와 몸에 작동하는 방식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개인의 다양한 경험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는 역사적 트라우마 ▷위협에 맞서는 우리 뇌의 대처법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이어 ▷우리 각자가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교육과 보건시스템 등 사회적 차원에서는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지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취약해지고 있으며 ▷상처를 지혜로 바꾸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주제가 다소 무겁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뇌과학, 정신의학 개념을 다루고 있지만, 따뜻한 공감의 언어와 다정한 통찰로 전하고 있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는 모두 한때 상처 받은 어린아이였다"며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여정은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또한 자신만의 강점과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응원한다. 피할 수 없던 과거의 트라우마로 주저앉은 이들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며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42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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