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뒤로 '정치인 편애' 논란에 휩싸인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제작진이 자막을 통해 방송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유퀴즈'는 지난 27일 '너의 일기장'을 주제로 한 151화 방송 말미에 '나의 제작일지'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은 서울 상암동 tvN 편집실을 배경으로 그간 제작진이 방송을 만들며 느낀 소회 등을 담았다.
'유퀴즈'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제작 의도를 강조하고, 윤 당선인의 출연이 프로그램 성격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했다.
제작진은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 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어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피워 왔다"고 했다.
제작진은 또 진행자인 유재석·조세호와 함께 한 사람 여행이 뜻깊었다며,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은 "다들 그렇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을 다해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이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비추는 프로그램(꽃밭)에 높은 사람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제작진은 논란 이후에도 일상을 보내야 하는 자신들 상황을 돌아보면서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한다.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는 자막으로 이날 방영분을 마쳤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같은 자막을 두고 '옹호론'과 '비판론'이 대립하고 있다.
몇몇 누리꾼은 "저런 꽃밭을 헤집고 들어간 윤석열 당선인"이라거나 "논란 이후 제작진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고충이 이해된다. 더 이상 방송에 이번 같은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제작진을 감쌌다.
반대로 일부 누리꾼은 "대통령 당선인을 섭외해 방송까지 내보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프로그램을 비판조차 말라는 것이냐"라거나 "변명해 봤자 이미 보이콧 중"이라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 윤 당선인이 출연한 뒤로 과거 '유퀴즈'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출연 요청을 '정치인 출연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상황이 이렇자 윤 당선인 측이 프로그램 출연을 강행한 것인지, 제작진 혹은 방송사가 신 권력에 줄을 선 것인지를 두고 갖은 추측이 쏟아졌다.
진행자인 유재석 역시 '이제 와서 권력에 줄을 서느냐'는 식의 근거 없는 악플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MC 책임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유재석 소속사 안테나는 지난 25일 "안테나는 소속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 명예훼손 게시글과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알린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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