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인이 양모 35년형, 아동학대 근절 위해 갈 길은 멀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정인이가 겪은 잔혹한 학대와 폭행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다. 대법원 판결로 정인이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아동학대 사건을 근절하고 아동 인권을 높여야 하는 사회적 책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정부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분리 아동 보호 제도인 '즉각분리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재학대 우려가 강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 지자체의 보호 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이지만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아동보호시설이 부족해 즉각분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현재 105곳인 전국 학대피해아동쉼터를 24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더 많이 확충할 필요가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범죄자들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지만 '처벌불원'이 감경 사유로 남게 된 점은 아쉽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가 이뤄져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가해자의 형량이 감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불원 조항에 대한 보완 논의도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형량만 높인다고 아동학대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전담 인력 부족, 현장 대응 능력 한계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늘리고 전문성은 보강해야 한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판결이 아동학대를 획기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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