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희룡 "오등봉 특혜 없다, 자본조달 평가" 주장…타당성 조사선 '미흡'

제주연구원 "자기자본 4.1% 비정상적 낮아…정부 추진 민간사업 15% 이상"
국토위 조오섭 민주당 의원 "자료 미흡에 제출 요건도 어겨…알았으면 특혜, 몰랐으면 직무유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오등봉 민간특례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자본조달 능력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제가 된 사업자의 타당성 조사에서 '재원 조달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 후보자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타당성 조사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리헌기술단의 자기자본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최종 사업자에 선정된 이유'를 묻자 "주간사인 호반건설 위주로 자본조달 능력 등을 평가해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원 후보자 해명과 달리 당시 리헌기술단과 컨소시엄은 사업제안서 속 재원 조달 계획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확보한 호반건설 컨소시엄 사업제안서와 사업제안서 타당성 검증 보고서에서 제주연구원은 리헌기술단 뿐 아니라 이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제안서의 재원 조달 계획 자체를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컨소시엄은 재원 조달액을 2천422억5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이중 100억원을 자기자본(4.1%)으로, 나머지 2천322억5천만원(95.9%)을 타인 자본으로 각각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의 각 출자액은 호반건설 30억원(30%), 청암기업 24억원(24%), 리헌기술단 21억원(21%), 대도종합건설 15억원(15%), 미주종합건설 10억원(10%) 등이다.

타당성 검증 보고서에서 제주연구원은 "자기자본 조달 비율 4.1%는 비정상적으로 낮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자사업은 일반적으로 건설 기간 자기자본 비율을 15%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헌기술단이 21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최근 2년간 영업활동으로 조달된 현금이 없고 2018년 말 현재 여유자금도 없다"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컨소시엄은 '타인자본 조달 계획에 관한 공모지침에 따라 대출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업 제안서 제출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장 명의의 공문을 제안서에 첨부했으나 이자율, 대출 기간, 상환 방법, 수수료 등이 주요 금융 조건이 추후 협의로 돼 있고 대출 전제조건도 추상적으로 돼 있다"며 "이 공문을 대출확약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원 조달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예비재원 조달 계획이 제시돼 있지 않다"며 "예비재원 조달계획으로 추가 투자확약서를 첨부했으나 현재 대규모 추가 출자가 어려운 회사가 존재하며 향후 추가 출자가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야 된다는 점에서 추가 투자확약서만으로는 예비 재원 조달계획이 적정하게 수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원 후보자와 제주도에 대해 "(사업 주체는) 자금 조달계획이 미흡한데다 제출해야 할 타인자본 대출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제안서에 '대출확약서 확보'라고 기재했다"면서 "알고도 받았다면 특혜, 몰랐다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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