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로사' 故장덕준 씨 어머니가 바라본 노동절

5월 1일 132주년 맞은 노동절, 산업재해는 여전
"소모품이 아니다…사용자와 동일한 대우 해야"

고 장덕준(당시 27세) 씨 어머니 박미숙(54) 씨가 아들 장 씨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박 씨는 근로자들의 일터엔 여전히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악조건이 많다고 했다. 임재환 기자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1일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노동절(법정기념일)이 132주년을 맞았다. 산업재해로 아들을 떠나보낸 박미숙(54) 씨는 여전히 야간 근로에 내몰리는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눈에 밟힌다.

제대로 된 휴식 시간도 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그들을 위해 박 씨는 밤새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다시는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노동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이달 출간을 목표로 책을 쓰고 있다.

박 씨의 아들인 고 장덕준(당시 27세) 씨는 지난 2020년 10월 12일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 업무를 끝낸 후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 과로사였다.

지난해 초 박 씨는 아들의 과로사를 규명하기 위해 장 씨가 생전 일했던 쿠팡 물류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찜통 같은 창고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면서 "제2의 덕준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누구보다 근로환경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씨는 산재를 줄이기 위해선 야간근로 제한이 강하게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로가 제한되는 경우는 임산부와 18세 미만 근로자 등이다. 이마저도 당사자와 협의하면 일할 수 있다.

그의 아들 장 씨도 일주일 중 6일 모두 야간에 투입됐다.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직장인들과 전혀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잦았다. 그 결과 75kg였던 장 씨는 1년 사이 60kg로 살이 빠졌다.

박 씨는 "야간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무척이나 해롭다. 하지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제가 없다"며 "야간에 투입되는 사람들은 마지못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불안정한 고용환경 개선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간제법을 살펴보면 만 55세 미만의 근로자들은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 같은 보호법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초단기 계약으로 이어가다 전환 시점에 도달했을 때 해고 통보받기 일쑤라는 것.

그는 "덕준이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3개월, 9개월, 1년 등 단기계약을 하다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계약을 파기당했다"며 "숙련된 이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이해가 안 가지만 기업들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취급하기보다 사용자와 동등하게 존중하고 그에 걸맞은 터전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