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과 민형배 의원, 둘 다 기자 출신 국회의원으로 소속 정당이 없는 무소속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안건조정소위를 만들어 90일간의 경과 기간을 갖도록 했지만 위장 탈당해 야당 몫 위원을 차지한 '꼼수'와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는 회기 단축으로 '살라미' 국회를 만드는 등 두 사람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쇠망치까지 동원되던 '동물 국회'를 막겠다며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과 국회법을 우회하는 꼼수와 변칙 기술을 다양하게 구사한 그들은 독립투사처럼 당당하다. 예전이라면 날치기 통과에 앞장선 것을 부끄러워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겠지만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그들은 적반하장이다.
기자 출신 국회의원은 21대는 물론,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 이만섭 의장을 비롯해 임채정, 김원기, 김형오 전 의장 등은 물론 박병석 21대 전반기 의장까지 기자 출신 의장만 5명에 이른다. 김윤환, 서청원, 정동영, 박영선 등도 기자 출신이다.
기자는 공익적인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 온 직업이어선지 그동안 정치권에서 꽤 환영받았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오보가 속출하면서 '기레기'라는 조롱이 제기됐다. 이후 '기자+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는 기자를 조롱하는 비하어로 통용되면서 '사이비 기자'를 대체했다.
박 의장과 민 의원은 물론이고 조국 수호 선봉장으로 나선 민주당의 김종민, 김의겸 의원도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자 출신 국회의원인 김의겸은 이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 시절 "우리에게는 사찰 DNA(유전자)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흑석동 '몰빵 투자'로 흑석이란 호까지 얻으면서 온갖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민형배 의원은 언론사 논설위원까지 지낸 후 곧바로 노무현 청와대와 문재인 청와대에서 행정관, 비서관을 했다. 기자가 정치 모리배로 변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권력을 좇아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변신이 아니라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기레기 DNA도 있는 모양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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