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경북(TK) 공천 구도가 점점 꼬여가면서 지역 내 보수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천 탈락은 후보자 한 명을 넘어 그를 따르는 세력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엔 탈락 후보자들과 그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반(反) 국민의힘 세력이 결집, 무너진 결속력이 2년 뒤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국민의힘의 공천 부작용이 가장 크게 감지된 곳은 단연 '텃밭' TK였다. 그 중에서도 대구보다는 경북에서 더 많은 잡음이 나왔다.
대표적인 지역이 무려 14명의 시장 출마자가 나왔다가 조현일 후보가 단수 추천을 받은 경산이다. 경산은 경선에서 배제된 예비후보 10명이 '시민협의체'를 구성, 몇 차례 회동을 거쳐 '무소속 단일후보'를 내기로 했다. 성주에서는 군수에 출마했던 전화식 예비후보가 현직 이병환 군수의 단수 추천에 반발, 지난달 29일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청도에서도 군수에 도전한 박권현 예비후보가 김하수 후보의 단수 추천이 결정되자 고심 끝에 탈당해 무소속 행보를 보였고 고령은 박정현·임욱강 등 두 명의 예비후보가 특정 후보의 범죄 경력을 문제 삼으며 2차 경선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 의사를 굳혔다.
이에앞서 현직 단체장이 컷오프될 위기에 처했던 포항(이강덕)·영주(장욱현)·군위(김영만)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컷오프 발표 때 3인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급속도로 나타났으나, 이들이 기적적으로 회생하자 이번에는 반대 후보측 지지층이 다시 불만을 뿜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산과 포항 등지에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경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된 채홍호 예비후보를 비롯, 곳곳에서 재심을 청구한 이들의 거취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 유독 TK에서 공천 잡음이 많은 이유로 여러가지를 짚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여파가 첫 손에 꼽힌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전국적으로 온갖 공천 파동에 휩싸였고, 막말 논란까지 불거진 끝에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했다.
때문에 4년이 지난 지금 TK를 제외한 전국 다른 지역에서는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고, 자연스럽게 현직을 겨냥한 '칼질'이 많을 수밖에 없는 TK에서 반발이 더 크게 나온다는 얘기다.
특히 같은 관점에서 '공천이 당선'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강한 TK이기에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군 자체가 대구처럼 많지 않고, 대체로 압도적인 후보가 있어 그 사람이 자연스럽게 공천을 받은 뒤 본선에서 경쟁을 벌이지만 TK는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후보들의 지지율은 고만고만한 반면 그 중에 누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모든 후보들이 공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배제된다면 초강수도 마다치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내홍의 초점은 공천관리위원회 또는 공천권자인 현역 국회의원들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특히 바로 2년 뒤인 2024년에 총선이 예정돼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여파가 현역 의원들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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