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장희숙 씨 아버지 고 장원섭 씨

에스컬레이터 무서워하는 제게 "지켜줄테니 타보거라" 용기 주셨죠

장희숙(사진 가운데) 씨와 부모가 함께 있던 한 때.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고 장원섭 씨. 가족 제공.
장희숙(사진 가운데) 씨와 부모가 함께 있던 한 때.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고 장원섭 씨. 가족 제공.

지난해 여름, 너무 더워 막국수 한 그릇을 먹고 있는데 걸려온 한통의 전화. 어머니셨다. 아버지께서 좀 다르다고 하시며 걱정하시는 전화였다. 그 즈음 삼년 전부터 아버지는 여름이면 입맛이 없다 하셔서 어머니께서 온갖 음식을 다해드렸다. 그 음식을 드시고 나면 기력이 살아나곤 하셨던 터라 별 위중함을 못 느꼈다. 그러나 그 날, 나의 아버지께서는 영원히 돌아오실 수 없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왠지 그 때부터 난 막국수가 싫어졌다.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초등학교 교사셨다. 아버지는 교직에, 어머니는 결혼 직후 교사직을 그만두셨다. 우리 1남3녀는 항상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아왔고, 때론 심리적 압박감으로, 때론 채찍질로 다가오는 아버지가 어렵기도 했다. 게다가 강직한 성품에 불의를 못참는탓에 항상 손해만 보신 아버지셨다.

우리의 모토는 항상 "총알은 하나다"였고, 덕분에 자식들 모두 의료계에 종사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 이처럼 자식들이 비슷한 직업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이었다.

난 아버지의 덧니,귀모양, 심지어 엄지발가락까지 아버지랑 똑 같았다. 풍금도 잘치시고, 노래도 무척 좋아하셨다. 아버지의 최고 애창곡은 "불효자는 웁니다"였다.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버지와 함께 수성못에 갔다. 그 곳에서 버스킹공연을 같이보며 웃고 손뼉치면서 얼마나 흥겨우셨던지 음악에 맞춰 지휘도 하셨다. 그 때 공연하시던 분들이 우리의 호응에 너무나 좋아하셨다.

아버지 덕분에 극복한 것이 있다. 나는 평소에도 고소공포증이 심해 높은 곳이라면 질색을 했었다.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했을 때, 친정집 근처 대구은행역 에스컬레이터가 왜그리 높던지…. 도저히 어지러워 못탄다 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내가 너의뒤에서 지켜줄테니 안심하고 타보거라" 말씀하셨다.

그날 오후내내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리는것을 아마 10번은 더 연습했었던 듯하다. 못난 딸을 위해 고생하신 아버지…. 지금은 아버지 덕분에 어느곳의 지하철역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난다.

아버지는 지난해부터 거동이 불편하셔서 휠체어로 동네산책이나 외식을 가끔 했었다. 그때마다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지락칼국수, 박카스를 참좋아하셨던 우리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맞는 어버이날!! 들안길에서 어머니랑 식구들과 함께 해물탕 먹으며 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 아주 많이….

아버지 너무나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아직도 친정거실에 늘상 앉아계시던 아버지의 의자는 그대로입니다. 친정에 갈때마다 의자를 보며 "아버지 저 왔어요" 대답은 없으시지만 전 느낄수 있답니다.

우리어머니 황여사님은 너무 걱정마세요. 저희가 최선은 다해서 잘 돌봐드릴께요.약속합니다. 아버지 떠나신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머니께서는 밤만되면 눈물이 그렇게 난다고 하십니다. 생전에 두분이 너무 자주 다투셔서(주로 TV 채널권 때문에) 제가 중재했던 적이 많았는데도 말입니다.

올해가 어머니 아버님 결혼66주년 기념해인데, 아버지!! 그곳은 어떠신지요. 아버님 가르침대로 늘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우리 1남 3녀 잘 살겠습니다. 고통없는 그곳에서 잘지내시고, 우리 황여사님, 저희들 잘 살펴주십시요.

아버지!!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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