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국민 '마스크' 눈치게임…"안 쓰고 나왔다가 다시 썼다"

오랜 시간 착용한 마스크, 선뜻 벗기가 어렵다
확진자 많고 감염 예방 위해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경우도

2일 오전 9시쯤 찾은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앞 횡단보도. 출근 시간대에 거리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임재환 기자
2일 오전 9시쯤 찾은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앞 횡단보도. 출근 시간대에 거리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임재환 기자

"2년 동안 착용한 마스크를 한순간에 벗기가 어색합니다."

2일 오전 8시쯤 대구 중구 동인동 편의점으로 출근하던 A(50대) 씨가 이같이 말했다. 마스크 착용 수칙이 바뀐 것과 관계없이 당연히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집을 나서면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의무화됐던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첫날, 거리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는 데 주저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감염병예방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된 탓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산책과 외출 등 야외 활동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천장이나 지붕을 갖추면서 사방이 막혀있는 '실내 공간'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

하지만 오전 8시쯤 유동인구가 많은 중구 봉산육거리~삼덕네거리, 경북대병원 일대를 둘러봐도 마스크를 벗은 채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약 1시간 동안 출근길 시민들을 지켜본 결과 노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한 이들은 100여명 가운데 5명 미만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실외 공간으로 분류되는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린 채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하차해 정류장 또는 역 밖으로 걸음을 옮겼음에도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날 오전 삼덕네거리에서 만난 B(61) 씨는 "집에서 나올 때 마스크를 벗었는데 모두가 착용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가방에서 꺼내 착용했다"며 "노마스크로 다니는 게 문제가 없다지만 코로나19 이전처럼 모두가 벗는 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확진자가 많다는 이유로 감염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등굣길 버스를 탄 신명여중 학생 C(13) 양은 "확진자가 많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아직 안전하지 않다며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고 우려했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자 미착용한 이들이 되레 눈치를 보는 상황도 연출됐다. 오랜 시간 동안 마스크 착용이 바람직한 것처럼 여겨져 선뜻 벗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홀로 산책하고 있던 D(56) 씨는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모두가 착용하고 있어서 눈치가 너무 보여 공원으로 도망왔다"며 "산책이 끝나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면 다시 마스크를 써야된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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