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31) 씨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지침이 풀린 2일 출근길에 최근 대량 구매한 색조 화장품을 바르느라 출근 시간이 10~20분 더 늦어졌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까지만 해도 선크림·컨실러 등으로 피부를 보정하는 정도가 메이크업의 끝이었지만, 안 하던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우를 눈에 칠하는 등 풀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한 씨는 "색조 화장품은 개봉 후 1년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얘길 듣고 코로나 이전에 샀던 것들을 버리고 백화점에서 급히 샀다"며 "이번 주말에도 마스카라·틴트 등 몇 개를 더 사야 한다"고 했다.
올해 복학한 경북대 공대생 김모(23) 군은 면도를 매일 한다고 했다. 경대 북문 앞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동아리 회원들과 저녁 모임을 약속하면서 면도를 하게 됐다. 코로나 시대에는 일주일에 한 번가량 면도를 했다. 김 군은 "회원들이 장난스레 '누구세요'라고 하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인 듯싶다"며 "방역이 완화되면서 면도를 매일 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 시대를 맞아 '진짜 얼굴'을 드러낼 일이 잦아지자 외모를 가꾸는 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1층에선 색조 화장품의 판매가 두드러지고, 평소 면도를 덜 하던 남성들이 갑작스레 면도기·면도 크림 구입에 지갑을 열고 있다.
2일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 늘었고, 이 중 립스틱·블러셔 등 색조 화장품 판매는 18%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뒤이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오면서다. 색조 화장품과 함께 잘 팔리는 향수도 마스크를 살짝 들면서 시향이 가능해진 까닭에 매출이 11% 늘었다.
전재모 롯데백화점 대구점 패션팀장은 "4월 25일부터 매장 내 화장품 테스터 운영을 전면 허용하면서 색조 화장품 수요가 느는 등 매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게 되면 피부가 훤히 드러나는 탓에 '셀프 관리족'이 늘어나면서 뷰티케어 가전도 인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눈가 피부를 관리하는 아이케어, 초음파 클렌저인 리프터 디바이스 등의 지난달 매출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화점들은 코로나로 2년간 침체됐던 뷰티 상품이 잘 팔리자 '고객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5~8일까지 지하 1층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나스'에서 구매 금액별 '베스트 컨실러', '원형 파우치' 등 사은품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8일까지 '코스메틱 감사제'를 열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로레알·ELCA 등 브랜드의 추가 샘플을 준다. 대구신세계도 8일까지 할인·샘플이 주어지는 '코스메틱 페어'를 여는 한편, 5~8일까지는 샤넬 코스메틱의 '고객 체험 메이크업쇼'도 진행한다.
남성 구매율이 높은 면도기·면도 크림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대구권 이마트 점포에 따르면 지난달 면도기·면도 크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한 자릿수대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마트 관계자는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마스크를 벗을 일이 잦아지자 이 같은 품목의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