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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더 없나요"…5월에도 배고픈 소년원 아이들

소년원 급식비 끼니당 2천185원, 중학교 급식비 절반 남짓
성장기인데 교도소·구치소와 달리 매점이나 사식도 없어
“교화의 대상인데 먹는 걸로 차별하지는 말아야”

읍내정보통신학교(대구소년원). 매일신문DB
읍내정보통신학교(대구소년원). 매일신문DB

경북 상주에서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는 홍모 대표는 지난달부터 대구, 부산, 대전 등 소년원에 구운 달걀 수백개를 월 2회 기부하고 있다. 급식비가 넉넉하지 못해 소년원 아이들이 늘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홍 대표는 "학생들이 오후 5시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다음날 오전 7시 30분 아침 식사까지 배가 고파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잘못을 해서 들어갔다지만 배가 불러야 반성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5천달러를 돌파했지만 아직도 배고픈 아이들이 있다. 소년원 아이들도 그렇다.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급식비 탓으로, 현실화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소년원의 급식비는 끼니당 2천185원이다. 중학교 평균 급식비가 3천859원, 국군장병 급식비가 끼니당 3천30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인다.

소년원에는 보호처분을 받은 10~19세 소년이 생활한다. 구치소나 교도소와 달리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를 감안해 매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사식도 받을 수 없다. 하루 세끼 급식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급식비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소년재판을 경험한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소년원을 방문하면 부족한 급식량 때문에 밥이라도 많이 먹겠다는 아이들이 많다. 탄수화물만 과잉섭취해 금방 살이 찌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화의 대상인 아이들이 먹는 것에서부터 차별을 느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급식비 인상 필요성이 크지만 그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해에만 국군 급식비가 하루 8천790원에서 1만원으로 끼니당 403원 올랐으나 소년원 급식비는 2천81원에서 2천185원으로 100원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소년원 급식비(1천768원)를 감안하면 국군 급식비 1년 인상분이 소년원 4년 인상분과 비슷하다.

법무부 역시 성장기 청소년인 소년원생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양질의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소년원생 1일 급식비를 중학교 끼니당 급식비(3천859원)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예산부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하는 영양섭취 기준과 수용소년의 기호 등을 고려해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선 급식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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