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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었잖아" 러 외무장관에 이스라엘 발칵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연설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연설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계 혈통이었다고 발언해 이스라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를 포함해 이스라엘의 주요 정부 인사들이 2일(현지시간) 줄줄이 라브로프 장관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베네트 총리는 "이런 거짓말의 목적은 유대인들에 대해 벌어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를 놓고 유대인들 자체를 비난함으로써 압제자들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는 짓 "이라고 말했다.

요아즈 헨델 통신부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히틀러는 유대계 혈통을 갖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라피드 외무부 장관은 "용서할 수 없는 가증스러운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로 사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나톨리 빅토로프 이스라엘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로 했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1941년부터 4년간 유럽 전역에 분포하던 유대인 600만 여명을 가스흡입, 총살, 강제 노동, 생체실험 등으로 학살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 선포 후 유대민족의 국가가 탄생했고, 학살에서 살아남은 상당수 유대인들이 이주해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힘썼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기 위해 지금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발언을 하다 논란을 가중시켰다.

아돌프 히틀러.매일신문 DB
아돌프 히틀러.매일신문 DB

라브로프 장관이 "그들(우크라이나인들)이 '우리가 유대인인데 어떻게 나치화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면 내 생각엔 히틀러도 유대계 혈통을 가졌다"라면서 "따라서 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적은 우크라이나지만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침략이 아니라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세력을 탄압한다는 논리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추모 기념관 야드 바솀 측은 라브로프 장관에 대해 "히틀러가 유대계라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희생자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우크라이나인과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을 나치라고 부르는 것도 심각한 일"이라면서 "완전한 역사 왜곡이자 나치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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