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하이서 살아있는 노인을 시신가방에…산채로 화장될뻔

한 달 넘긴 코로나 봉쇄에 주민 피로감 고조 속 황당 사건 발생
시민논객 현지실상 폭로 글 반향…"100년간 쌓아온 신뢰 무너졌다"

상하이 한 복지시설에서 살아있는 노인을 시신 가방에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장례식장 직원이 시신 가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베이징일보 영상 캡처
상하이 한 복지시설에서 살아있는 노인을 시신 가방에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장례식장 직원이 시신 가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베이징일보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한 달 넘게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 복지시설의 실수로 살아있는 노인을 시신 운구용 가방에 넣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산 채로 화장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주민들과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의 한 복지관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노인을 장례식장으로 옮기기 위해 운구용 가방에 넣고 차량으로 이송하려다 노인이 살아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베이징일보가 보도했다. 이 노인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건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문제가 된 복지관 앞에서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온 장례식장 직원이 운구용 가방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이 담겼다. 장례식장 직원은 복지관 관계자를 향해 "이 사람 사망한 것 확인했나? 사람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에 시신 가방을 연 뒤 얼굴을 덮은 비닐을 걷어낸 이 직원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면서 "살아있다. (얼굴을) 다시 덮지 말라"고 했다.

장례식장 직원이 살피지 않았다면 노인이 산 채로 화장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상하이 주민들과 중국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달 넘게 봉쇄조치가 내려진 상하이 주민들은 "끔찍하다"며 격분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상하이 당국은 조사에 착수해 사망 판정에 관여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했다. 해당 복지시설은 행정 처분을 받았고, 관할 관청 관계자들에게도 감독 책임을 물어 면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한편 상하이시는 사흘째 격리시설 밖에서는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유지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내려진 봉쇄령이 한 달 넘도록 풀리지 않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며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지난 1일 상하이 시민 논객 뉴피밍밍(牛皮明明)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상하이에서 이웃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강해졌다는 글을 적어 올리기도 했다.

그는 "봉쇄 초기 상하이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웃에 폐를 끼쳤다'고 사과하고 주민들은 '치료를 잘 받으라'고 격려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한 달이 지나자 서로 원망하고 사소한 일에도 욕설이 오간다. 전문가들과 언론에 대한 믿음은 의구심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한 사람의 감염자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이웃을 해로운 존재로 여기게 됐다"며 "100년간 쌓아온 상하이의 신뢰와 안정감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모든 사람이 의심의 사슬에 갇혔다"며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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