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그가 던진 질문 3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지금 지구촌에서 살고 있는 80억 명 중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가 약 16억 명이라면, 이에 해당되지 않은 64억 명은 나름대로의 삶을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구촌 인구가 64억 명이었던 21세기 초반에는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인구가 2억5천만 명에 지나지 않았던 시대에는 모두가 배부르도록 먹고도 남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 그때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심지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던가. 사람의 수가 늘어난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의 지구촌 인구 수와 삶의 형태는 어떠할 것인가. 우리는 얼마나 올바른 답을 내릴 수 있을까.

땅 넓이가 983만4천 ㎢에 인구 약 3억3천만 명인 미국은 1㎢ 당 인구밀도가 33명 수준으로, 인구밀도 500명이 넘는 우리나라보다 경작지가 엄청나게 넓다. 그 넓은 경작지에서 생산하는 곡물이 연간 2억톤(t)이 넘는다. 이 중 자국에서 약 1억 t을 소비하고 1억 t을 해외에 수출하려고 시장에 내놓는다. 국내 곡물 생산량이 5백만 t에도 이르지 못하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곡물시장에 가서 약 1천만 t 넘게 사와서 국내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양의 곡물을 해외에 내다 파는 미국에서도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약 3천만 명이나 된다는 보도가 있다. 많은 사람이 굶주리는 이유가 미국 정부나 국민들이 그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서라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큰 일이 될 것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굶주림에 시달려서 발생하는 문제들보다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먹다 남아 버리는 음식물이나 유통기간이 지나서 버리는 식재료의 양이 엄청나다는 보도도 이따금 접한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공무원, 사회복지 설계자와 실행자, 건강관련 종사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 리 없다. 사실 쉬운 해결책들이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해결책을 막상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고, 정작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하더라도 부정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된다는 것이다.

비만에 시달리면서도 많이 먹어대는 사람들에게 적게 먹도록 권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강제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곡물을 가져다주는 일도 인건비가 드는 일이지만 그것을 요리하는 과정에 드는 수고에는 더 큰 인건비가 들 것이다.

질병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배고픈 사람들은 도움을 고마워하며 받을 것이고 회복되면 자립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 의욕이 없거나 각종 약물 중독과 불합리한 삶으로 먹는 것조차 소홀히 하는 사람들까지 제대로 먹게 하고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