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안전보건관리체계 실행의 중요성

이병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이병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이병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시행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나름대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그들 나름대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공고해졌으며,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안전보건조치를 위한 내용을 친절히 알려준다.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해야 하고,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인력·예산, 시설 및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 해도 광주시 아파트 붕괴 사고, 양주 채석장 토사 매몰 사고, 화학공장 폭발 사고, 독성물질에 의한 직업병 등으로 현장 근로자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왜? 그토록 많은 안전보건에 관한 지식과 배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업장에서 계속되는 사고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배움만큼의 실행(實行)이 없기 때문이다.

산재 예방을 위해 현장을 다녀보면 대다수 사업장에서 업무 절차와 현장 실행이 일치하지 않으며, 개선의 적절성 등에 대한 자체 점검이 없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심하게는 업무 절차만 마련하고 실행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 되어 버린다. 하는 척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즉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현장 작동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행'의 핵심은 끊임없이 '피드백'해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보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 현장에서 프레스 기계의 '끼임'이라는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구축된 인력과 예산을 사용해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위험 요인이 사라졌는지 계속 점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행의 중요성은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중대재해 발생 등을 대비해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조치할 것. 또한, 전문인력을 배치하여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조치하여야 한다는 내용 등이 명시되어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만큼 실행과 보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보면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는 경제성장을 위해 생산량에 목숨을 걸었고 그 이후에는 품질에 목숨을 걸었다. 품질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일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진심으로 목숨을 걸어 버렸고, 수많은 근로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안전'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정하는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장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가 되었다.

생산량, 품질 등에 목숨을 걸었던 것처럼 이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업장의 존폐가 달려 있다는 각오로 종사자의 목숨을 지키면서 사업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와 소중한 사업장을 동시에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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