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 "아트테크만 바라본다면 투자하면 안 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지상 강연] '아트 컬렉션의 가치와 매력, 작품을 보는 눈'
"10년 이상 투자해야 수익 볼 수 있어…예술성과 시장성은 다른 문제"
"위작 구입 막으려면 신뢰감 있는 판매처에서 구매하고 안목 키워야"

"'아트테크'(미술품 재테크)만 바라본다면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가 2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아트 컬렉션의 가치와 매력, 작품을 보는 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치면서 강조한 말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미술시장은 역대 최고로 높은 3천억원대로 진입했을 정도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2020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을 많이 늘린 결과, 주식·부동산·채권을 지나 작년에 국내 미술시장도 호황을 누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트테크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손 이사는 "예술 작품을 두고 객관적이고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술시장의 변동성이 큰 탓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해야 어느 정도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술 작품을 고를 때 개인 취향·안목이 큰 몫을 차지해서다.

특히, 아트테크가 어려운 이유는 작품성과 가격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서다. 손 이사는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만들어 낸 우리나라 대표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은 최고 경매 가격이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술성과 시장성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손 이사는 "실물 경제·시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구입자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도 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이 갤러리에서 컬렉터에게, 즉 작품이 최초로 거래되는 곳이라면 2차 시장은 컬렉터 손에 들어간 작품이 경매를 통해 다시 유통되는 곳이다. 손 이사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가 많이 다르다"며 "작품을 살 때 어느 시장에서 살 것인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1차 시장은 갤러리와 컬렉터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사적인 반면, 2차 시장은 경매될 작품을 사기 위해 여러 컬렉터가 경합을 벌인다는 점에서 열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경매를 통해 거래된 작품을 보면, 일본인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상위권을 상당수 차지했다. 손 이사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의 공통된 예술적 공감으로 세계에서 골고루 수요가 있어 투자 가치가 높은 데다, 세계 아트 시장이 여성·흑인·제3세계로 향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작품을 수집하려는 이들은 어떤 곳을 통해 경매에 나서야 할까. 손 이사는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갤러리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아트 딜러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위작을 구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손 이사는 "안전한 컬렉션을 원한다면 신뢰감 있는 곳에서 구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또 "발품을 팔면서 많은 작품을 보고 안목을 키워 나가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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