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수완박 국무회의 공포 '카운트다운'…권순범 대구고검장 고검장 중 첫 사직

"부당한 입법 항의, 할 수 있는 일 더 이상 없다"
사상 초유의 검찰 수뇌부 줄사퇴, 대응역량 약화 우려도

권순범 대구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이 '검수완박' 법안 국회 통과에 항의하는 사직 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권 고검장 이후 고검장들의 사직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권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문제의 법안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고위간부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당한 입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왔지만 오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에 사직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공직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찰에서 수사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더니 뜬금없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했다"며 "권력이 집중되는 거대 경찰을 통제할 고민도 없었고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경찰수사 지체와 그로 인한 국민 고통 역시 안중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입법절차의 위헌성과 부당성은 언급할 가치도 없으며 대한민국의 국격과 인권이 후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며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위헌·위법성을 문제삼은 뒤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권 고검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전국 6개 고검장은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에 여야가 동의했을 때 사의를 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오수 총장의 사직서만 청와대에 보냈고 문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권 고검장의 사직을 신호탄으로 검찰 수뇌부의 '줄사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이같은 줄사퇴가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응역량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호동 대구지검 기획검사는 지난 2일 이프로스를 통해 "지금은 법에서 발생한 구멍을 다른 방법으로 메우고 버텨, 국민들께서 조금이라도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고민할 시점"이라며 "일괄 사직 등의 방법으로 갈길을 잃고 있는 검찰에서 하선하지 마시고 젊은 평검사들의 열정과 결기에 지휘부의 경험과 완숙함을 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검사장회의는 검찰 고위 간부 전원이 물러날 경우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로 당장 사표를 제출하는 대신 조직을 다독일 것으로 보인다.

전국검사장회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날 이프로스에 "검사장들이 어제부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국 검사장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새로운 제도의 영향 하에 놓여 있는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찾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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